간판도 없고 테이블은 하나... 잘 나가는 식당
간판도 없고 테이블은 하나... 잘 나가는 식당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9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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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식당> 장진우 지음 | 8.0(에이트 포인트)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작은 식당이 있다. 간판은 없다. 의자는 여덟 개, 테이블은 하나다. 그날 그날 메뉴가 매일 달라진다. 식당을 연지 약 5년 후, 20개의 가게와 100명가량의 직원이 있는 회사가 됐다. 모두 개성과 취향이 반짝이는 가게와 직원들이다. 그곳은 바로 ‘장진우회사’다. ‘장진우식당’이 있는 이태원 경리단길은 ‘장진우거리’로 불린다.

신간 <장진우식당>(8.0, 에이트 포인트. 2016)은 장진우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취향, 식당, 문화, 그리고 메뉴에 대한 이야기로 상을 차렸다.

그의 작은 식당은 2011년 이태원의 주택가 골목에서 시작됐다. 애초에 그는 친구들을 초대해 밥 한 끼를 나눠 먹기를 즐겼다. 그런 그의 개인 서재가 소문이 나고 ‘장진우식당’이 된 것. 여전히 테이블이 하나인 이유는 “그냥 집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하고 싶어서”다.

그가 직원을 뽑는 방식은 독특하다. 성별, 나이, 학력, 경력 모두 제한이 없다. 특히 그는 직원을 뽑을 때 “가장 불안하고 겁먹은 사람 위주로” 뽑는다. 그래서 그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나갈 때도 많다.

“어제 식구들이 사장 왜 자꾸 그런 애들만 뽑냐. 제대로 된 애 좀 뽑아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희들도 그랬다고 하니 웃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너희들도 싫은 아이 내가 뽑지 않으면 평생 아무 곳에서도 뽑히지 않을 거라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35쪽)

그의 식당에서 일하는 식구들은 모두가 세상이 원하는 스펙을 가진 친구들은 한 명 도 없다. “바보고 멍청이고 울보고 싸가지고 촌놈에다 찌질이들이 많다. 왜냐면 사장이 꼭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어떤 누구보다 훌륭한 스텝들이다.”

이어 그는 말한다. “무식하게 열정 하나로 저와 함께 하실 청춘을 모집합니다.” 그는 세상과 어색해하던 청춘들에게 속할 곳을 만들어줬다. “사랑받으며 일할 때 사람은 변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 책에는 ‘사랑받으며 일’하는 그 청춘들이 활짝 웃는 사진도 실려 있다.

주인만큼이나 그곳을 찾는 사람들도 독특하다. 당연히 배가 고파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 기타리스트는 비를 피해서, 디자이너는 식당에서 트는 음악이 좋아서 오기도 한다. 책은 배우 공유,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대림미술관 이해욱 관장, 뮤지션 마이큐, 디자이너 준지 등 쉽게 접할 수 없던 이들과의 숨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는 책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요리와 디자인, 음악 등 그에겐 문화가 곧 삶이다. 그는 자신의 ‘직원이자 식구이며 친구인 청춘들’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들이 일으키는 ‘기분 좋은 역습’이 기대된다. 이 책은 흔한 식당 성공기나 요리책이 아니다. 매순간 전심전력을 다하고 거침없는 그의 이야기가 청춘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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