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식생활` 통해 엿본 문화사
`음식과 식생활` 통해 엿본 문화사
  • 북데일리
  • 승인 2007.12.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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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레스토랑의 시초는 언제일까? 처음 포크가 사용된 시기는? 가게들은 언제부터 간판을 걸었을까? 메뉴판은 언제 처음 사용되었을까?

케네스 벤디너의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예담)가 던지는 질문은 무척 흥미롭다. 책의 초점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포스트모더니즘에 걸쳐 등장하는 회화 작품. 이를 중심으로 음식에 관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룬다.


위스콘신 밀워키대 예술사 교수인 저자는 “그림 속 작은 음식 하나에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있다”고 말한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 것도 이 때문. 그는 안니발레 카라치의 <푸줏간>을 예로 들며 여기에 등장하는 상품 거래 모습은 16세기 풍요로웠던 이탈리아 사회의 반영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주방 스토브>, 앤디 워홀의 <200개의 수프 통조림> 같은 팝아트 작품을 선보이며 현대 식품산업의 활기, 대량 마케팅의 공포를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그린 과일 시장 장면은 세계적 규모의 포장과 유통을 향한 19세기의 거대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식사 배경, 식기, 음식의 종류, 식사 예절을 통해 사회 계층을 정의한 대목도 재밌다. 예컨대 17세기에 사탕은 부의 표시였고 19세기에 순무는 가난을 뜻했다. 또 포크를 사용할 줄 모르면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것으로 비쳐졌다. 책은 이처럼 음식 문화의 오랜 역사를 다각도로 추적한다.

각 장은 음식의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1장은 음식의 수집과 판매, 2장은 음식의 준비, 3장은 식사, 4장은 순전히 상징적이고 장식적인 음식의 표현을 색다른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음식과 식생활의 역사라는 인문학적 주제와 음식 회화의 변천이라는 예술적 테마를 동시에 꿰뚫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문화사론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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