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장웅연 지음 | 도법, 원철, 신규탁 감수 | 불광출판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선문답하고 앉아 있네!”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하는 말이다. 말이 뜬구름을 잡는 듯 하거나 무책임할 때 쓰인다. 동문서답과 같은 의미로 대접받기도 한다. 비약이 심하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불광출판사. 2016)을 새로 출간한 저자 장웅연은 말한다.
“어쩌면 사실이 그렇다. 선문답은 말 같지 않은 말이다. 다만 문맥을 벗어나 있어서 통념을 초월해 있다. (...) 남들의 말에 오래도록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말을 찾아내야 한다.” (7~8쪽)
그는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서 선(禪)을 오래 공부한 사람”이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등 6권의 책을 냈다. “글들이 하나같이 간결하고 섬세하며 날카롭다. 활인검(活人劍)이다.” 책날개에 쓰여 있는 지은이에 대한 소개 글이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유명한 화두 100개를 뽑아 엮었다. 그것에 저자 나름의 평을 달았다. 다음은 1700여 명의 조사(祖師)들의 행적과 연설을 모은 <전등록>에 소개된 글이다.
바람에 깃발이 나부꼈다.
“바람이 움직인 것인가, 깃발이 움직인 것인가?”
어떤 학인은 바람이 움직인다 했고 어떤 학인은 깃발이 움직이 것이라 했다.
혜능(慧能)이 말했다.
“너희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60쪽)
이 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바람이 움직여야 비로소 깃발이 움직인다. 바람은 흔듦의 주체이고 깃발은 흔듦의 객체다. 바람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먼저 바람이 움직였다고 보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그러나 깃발이 펄럭이지 않으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 깃발은 바람을 통해 깃발로서의 역할을 하고, 바람은 깃발에 힘입어 바람의 힘을 과시할 수 있다.” (60쪽)
이어 그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바람이 움직여도 춥지 않고 깃발이 움직여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은 본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여서 “서로 완전하게 어울릴 수 없다”고 전한다. “자주 흔들리고 곧잘 쓰러지더라도, 믿을 것은 자신의 체력과 지혜뿐”이라며, 답답하고 섭섭하더라도 “당신은 그저 당신의 삶을 살면 된다”고 권한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이 이리 저리 흔들릴 때 마음을 꿋꿋이 잡고 있으라는 가르침을 준다. 짧은 글속에서 삶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