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반얀나무의 쓸쓸하고 슬픈 뿌리 이야기
[삶의 향기] 반얀나무의 쓸쓸하고 슬픈 뿌리 이야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6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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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안도현 지음 | 도어즈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반얀나무는 인도를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다. 거대한 숲을 이룬 아름드리 반얀나무 군락도 있고 길가에 가로수로 심어진 볼품없는 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지표층이 얕은 땅에서도 잘 자란다. 황무지 같은 인도 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반얀나무에 특이한 습성이 있다.

뿌리가 약한 반얀나무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제 팔뚝에서 다시 땅으로 뿌리는 내리는 것. 수백, 수천 갈래의 뿌리들이 가지에서 땅으로 내려와 흙을 움켜쥐어야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밤, 나는 낡은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사나운 바람한테 머리채를 휘어 잡힌 채 울고 있는 반얀나무들을 보았다. 아직 땅에 닿지 못한 실뿌리들을 치렁치렁 가지에 매달고 있는 그들이 문든 이 지상에서 가장 쓸쓸하고 슬픈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반얀나무를 생각하면 허공에 늘어져 있는 그 쓸쓸하고 슬픈 뿌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의 뿌리를 어디에 내리고 있는가, 내가 나에게 슬쩍 물어보고 싶어진다.” (18~19쪽)

안도현의 아포리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도어즈. 2012)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뿌리 약한 반얀나무가 비바람에 휘청대는 모습이 우리네 모습 같아 쓸쓸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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