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에요…….” (중략) “사막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어서예요.” (116~117쪽)
수많은 명문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새움. 2016년)가 또 한권 새로 나왔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그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200여 종이 출간되어 있는 상태. 이번 책은 번역가 이정서가 우리말로 옮겼다. 그는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작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며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책 뒤에는 기존 번역서의 오역을 지적한 ‘역자 노트’ 와 <어린 왕자>의 프랑스어 원문과 영역판도 함께 실었다. 셋을 비교해 보라는 의도다.
역자는 <어린 왕자>의 22장을 예로 들어 이 작품에서 ‘존대어’와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다음은 다른 번역의 한 대목이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전철수轉轍手가 말했다. (중략)
그때 불을 환하게 켠 급행열차가 천둥 치듯 우르릉거리며 전철수의 경비실을 뒤흔들었다. (157쪽)
이 대목에 대한 역자의 설명은 이렇다. 이 번역가는 인사를 ‘시간’ 개념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안녕’이라고 번역했다. 번역문만 보면 ’불을 환하게 켠 급행열자‘가 나오니 ’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원문을 보면 이것은 오역이다. ‘Bonjour'라는 아침 인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급행열차는 전조등을 밝히고 어둠을 가르며 달려가는 밤 열차가 아니라, 이른 아침 실내등을 켜고 달리는 특급열차라는 것. 이처럼 번역 하나가 틀려서 많은 것들이 뒤틀리기 때문에 번역이 매우 중요하다.
언뜻 보면 기존 번역서들과 비슷한 것 같은 이 책. 하지만 역자에 따르면 많이 다르다. 원작에 없는 부사와 형용사, 접속사 등을 임의로 넣은 것이 하나도 없다. 임의로 뺀 것도 없다. 쉼표까지 맞추려고 노력했다. 기존 번역서에 만족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그의 번역서를 비교해 읽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