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밤이면 신발 훔쳐가는 귀신
설날 밤이면 신발 훔쳐가는 귀신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2.05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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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귀신> 한병호 그림 ㅣ사파리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야광귀신은 설날 밤에 하늘에서 내려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발을 신어 보고, 복이 맞으면 신고 간다는 속신이다. 야광귀신은 복이 든 신발만 신어간다. 첫날부터 복을 잃어버리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야광귀신을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

<야광귀신>(이춘희 지음. 사파리. 2011)은 설날 풍습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미고, 한국 최고의 도깨비 그림작가 한병호가 야광귀신 도깨비를 그린 창작 그림책이다.

하늘나라 야광귀신은 설날이면 신발을 훔치러 마을로 내려온다. 사람들은 야광귀신이 체 구멍 세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집집마다 체를 걸어둔다. 야광귀신 도깨비도 이를 알고 호박에 구멍을 내고 숫자 연습을 하고 내려온다. 드디어 숫자 세기에 약한 키다리와 눈이 나쁜 큰눈이가 짝이 되어 마을로 내려 왔다. 역시나 둘은 체를 보고 구멍을 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신발은 뒷전이고 날 세는 줄 모르고 체 구멍만 세고 있다. 다음은 책 속 내용의 일부이다.

“한 구멍 다음은 두 구멍이요, 두 구멍 다음은 세 구멍이요......역시 연습한 보람이 있단 말야.”

키다리는 신이 나 구멍을 세었어요.

“셋 다음은 여덟이요, 여덟 다음은 넷이요......

음......넷 다음은 뭐더라?

키다리는 숫자를 뒤죽박죽 세었어요.

“큰눈이한테 숫자 세는 법을 배워 둘걸!” (본문중에서)

어리숙한 도깨비들의 모습 은근 재미있다. 도둑이란 이미지는 사라지고 귀여운 아이 같다. 옆에 있다면 숫자 세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나저나 신발은 훔쳐갈 수 있을까.

오랫만에 가족들이 모인 설날, 아이들과 함께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만약 그림책이 없다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함께 나누어도 좋은 옛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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