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추억...바이러스가 뭐니?
박완서 작가의 추억...바이러스가 뭐니?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03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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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이런일이]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박완서, 호원숙 (엮음) 지음 | 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박완서 작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로 글을 썼다. 다른 작가들에 비한다면 굉장히 빠른 셈이다. 20년 가까이를 컴퓨터로 작업을 한 것. 그래도 편지를 쓸 때는 전부 손으로 썼다. 또한 컴퓨터를 그리 오래 사용하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가 뭔지도 몰랐다.

박 작가가 컴퓨터에 얽힌 에피소드를 쓴 콩트에 가까운 글이 있다. <나의 웬수덩어리>라는 작품이다.

작품 속 노 작가는 A4용지 서른 장 분량을 집어삼킨 386 컴퓨터를 차마 버리지 못한다. 고문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미운 놈이지만 언제 원고를 토해낼지 모르니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컴퓨터가 이번에는 망령이 들었는지 글자가 제멋대로 찍힌다. 급한 원고 때문에 할 수 없이 노트북을 빌려오기는 했지만 ‘웬수덩어리’ 낡은 기계도 수리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 안에 불후의 걸작이 아직 매몰돼 있으니까.

AS 기사가 와서 보고 하는 말이 386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그 지경이라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노작가는 386 옆에 있던 노트북을 부랴부랴 딴 방으로 옮긴다.

“그건 뭐하러 들고 나가고 그래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서요? 이 노트북한테까지 올까봐…….” (160쪽)

신간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달. 2016)중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박완서 작가와 나눈 대담에 소개되는 내용이다. 2008년 인터뷰 당시 박 작가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바이러스가 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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