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과 “소통 부재 한국, 초급 영어회화 수업”
김사과 “소통 부재 한국, 초급 영어회화 수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2.0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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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포스트잇] <0이하의 날들> 김사과 지음 | 창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초금 영어회화 수업시간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어눌한 영어 몇 마디를 구사하는 수준이라면 눈치와 느낌을 총동원하는 긴박한 시간이다. 소설가 김사과는 “한국사회에서 소통은 초급 영어회화 수업시간과 같다” 고 밝혔다. 무슨 뜻일까.

새롭고 이질적인 단어와 표현이 많이 또 빨리 쏟아져 들어오는 데 반해 한국어라는 틀이 그것을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의미와 사용법에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니 공식적인 발화를 이해할 때도 영어회화 수업시간과 같은 눈치와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골드만삭스가 정·재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의 ‘거번먼트삭스(government sachs 골드만삭스 정부)’라는 신조어부터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 ‘혼밥족’, 영국까지 유행을 일으킨 성형술 ‘애교살’ 등에 이르기까지 신조어는 분야를 막론하고 생겨난다.

신조어가 섞여 대화가 이루어지는 요즘 눈치와 느낌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대화에 끼어들기조차 어렵다. 한마디로 소통의 부재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다. 작가의 염려와 생각은 이에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한국어를 듣거나 읽다 보면 이 언어가 소통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잃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학술어든 생활어든 정체불명의 케이팝 가사와 비슷해 보인다. (중략) 지금 한국사회에서 소통이라는 것은 초급 영어회화 수업시간 같다.” (149쪽)

에세이 <0이하의 날들>(창비.2016)에 밝힌 작가의 생각이다. 책은 소설가 김사과의 문제적 생각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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