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젊은작가]③박금산 "노벨상 주면 거절은 않겠어요"
[이젊은작가]③박금산 "노벨상 주면 거절은 않겠어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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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는 한국 문학의 부흥을 위해 ‘젊은 작가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음율, 색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새내기 작가들과의 `싱싱한` 만남을 통해 우리 문학의 미래를 가늠해 봅니다. - 편집자 주

[인터뷰] <바디페인팅>의 작가 박금산

[북데일리] 젊은 작가의 미래는 독창성에서 찾아야 한다. 본 적 없는 옷을 입었거나, 맛보지 않은 음식을 차린 작가라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 하려 하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한국 소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1만원 남짓 하는 구매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도전과 실험을 읽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문학이 계속 된다.

지금의 출판 시장 구조는 불균형하다. 한두 번 운 좋게 책을 냈다 해도 반응을 얻지 못하면 다음 책을 내기 어렵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안 팔리는 소설, 이름 없는 작가의 책 까지 만들며 위험 부담을 끌어안길 원치 않는다. 문학행사 역시 이름 있는 작가에게만 집중 된다. 그러니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알려질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한국의 젊은 소설은 사장 되고 있다.

희망은 있다. <바디페인팅>(실천문학사)을 쓴 박금산 같은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7년 전, <문예 중앙>으로 등단한 뒤 <생일 선물>이라는 단 한권의 소설집을 냈을 뿐이다. 그 책은 좋은 평을 받기는 했으나 안 팔렸다. 그래서 이번 책 <바디 페인팅>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박금산이 시도한 실험은 간과의 대상이 아니다. 소설은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주인공 이름 역시‘박금산’이다. 직업도 소설가다. 그가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해외 연수를 다녀오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기록된다.

우리가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형식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만치 않은 실력 때문이다. 작가의 삶을 추적했으니 우울하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치 홍상수 감독의 코미디극처럼 끊임없이 독자를 웃기는 소설이다. 그래서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다.

박금산과의 만남은 22일, 그가 출강 중인 고려대학교에서 이루어졌다. 표지 사진보다 말끔한 모습이었다.

질) 왜 소설가가 됐어요?

답) 원래는 시를 쓰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고등학교 때는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고. 대학은 철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에서 “철학관 차릴 거냐”고 반대하셔서 겨우 타협 본 게 국문과였어요. ‘글 쓰는 동아리’에 갔더니 다들 시를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소설 써보겠습니다” 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다들 “쟤는 소설 쓴대” 그러더라고요. 별로 특별한 건 없고 그게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요.

질) 중학교 때 시를 쓰고 싶어 했다면,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답) 글쎄. 전 독서경험이 굉장히 짧거든요.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게 콤플렉스기도 해요. 그러니 어떤 책 읽는 배경이나 이런 게 없었던 거 같아요. 특히 어릴 때 책을 안 읽었다는 게 콤플렉스에요.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난 그때 책을 많이 안 읽은 대신 지금 책을 쓴다”라고 말하면 되요.

질) 소설가가 되 보니 어때요.

답) 어려운 질문 같은데... 전 베스트셀러를 써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것보다는 노벨문학상이 타고 싶어요. 사실 <바디페인팅> 쓸 때는 “내가 진짜 뭐 하러 문학을 해가지고” 그런 생각도 했어요. 주위에서 “직장생활 했으면 끝내주게 성공했을 텐데”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사람들하고 있을 때의 나와 혼자 있을 때는 무척 다르니까. 맞는 말은 아니거든요. 결과적으로 소설가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작가를 발가 벗기는 소설 <바디 페인팅>

질) <바디페인팅>은 자신을 발가벗기는 소설이에요. 다큐멘터리 같다는 평을 많이 들었잖아요. 이런 소설을 왜 썼어요.

답) 글을 써가면서 정리하는 타입이에요. 이 소설은 일종의 그 과정이에요. 살다 보면 도대체 참을 수 없는 부분들이 꼭 생기거든요. 그걸 소설로 쓴 거예요. 도대체 나는 무엇에 못 참는가, 무엇을 불편해 하는가, 나는 어떤 문학을 하고 있나 그걸 보고 싶었거든요. 그렇다면 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결심했고 주인공도 제 이름으로 했어요. 한번 이런 소설을 쓰면 다시는 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겠지란 생각도 했어요.

작가는 자전적 체험을 갉아 먹고 산다는데 전 그럴만한 이력이 없어요. 그래서 내 ‘현재’를 써보고 싶었어요. 한 편만 쓰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문화예술위원회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의외의 사건들이 일어나서 그걸 글로 쓰게 됐어요. <바디페인팅>은 이 땅위에 사는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소설이에요. 그래서 직장인이 많이 오가는 광화문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질) 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 받는 과정은 정말 일반 직장인의 하루 일과와 다를 바 없던데요. 복잡하고 번거롭고.

답)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유인이라는 작가도 이러고 산다” 회사원들에게 일종의 위로나 기쁨을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질) 그 말씀 들으니 소설가 이기호씨 생각이 나요.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에서 읽은 건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기호 씨는 자신의 수입에 만족한다고 하더라고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출근길에 뛰는 직장인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대요. 수입은 적지만 거기서 주어지는 자유를 생각하면 적당한 것 같다고 했어요.

답) 비슷한 생각이 있어요. 저 역시 지하철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미안해져요. 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사실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지하철이 아닌 고급 승용차를 타요. 죽을 듯 뛰는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들에게 고용 되서 끌려가요. 그걸 생각하면 괜히 미안해져요. 그래서 그들의 변호를 맡아야 겠다 생각했고 <바디페인팅>을 쓰게 됐어요.

주인공 `박금산`은 작가의 분신

질) <바디페인팅>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 갈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답) 전혀 예상 못 했어요. 그냥 문학제도 안에 있는 몇 명이 읽을 거 같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읽은 친구들이 하나둘 생기니 신기했어요. 그것도 책 속에 나오는 친구들이 읽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질) 결혼하셨죠? 책 속 금산 씨도 했잖아요.

답)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했는데... ‘노코멘트’입니다.

질) 그래도 공개하셔야죠.

답) ...맞아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어요.

질) 예상이 맞았네요. 소설 속 아내 캐릭터가 무척 시니컬해요. 통도 크고. 정말 그런가요?

답) 실제로 그래요. 아내는 그런 삶을 살고 있어요. 장담컨대 아내가 저보다 큰 사람이 될 거에요.

질) 멋진데요, 결혼은 등단 전에 하셨어요?

답) 네. 등단 안 되서 울고 그럴 때. 대학원 석사과정 마칠 때 쯤 했어요.

질) 뭐 믿고 결혼했어요?

답) 참 그게. 알 수가 없어요. 저는 결혼을 늦추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어요. 아내는 서울 사람인데 집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결혼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서둘러 결혼 하게 됐어요.

질) 시종일관 ‘돈’에 대한 고민이 등장해요. 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을 타려고 노력하는 과정도 그렇고. 돈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답) 돈을 잘 몰라요. 책 내용처럼 계산도 잘 못하고요. 밥값 계산 할 때도 얼마를 내고 잔돈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생각을 못해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돈은 많이 가지지 말자 주의에요. 좀 나쁜 거 같아요. 사람들을 좀 힘들게 하는 면도 있고.

질) 주인공을 비롯해서 <바디페인팅> 속의 인물들을 보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떠올라요. 혹시 영향을 받거나 그러진 않으셨어요.

답) 잘 보셨네요. 일정부분 비슷한 면이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홍상수 감독 영화 보면 특히 시간강사 같은 캐릭터가 불쌍하게 나오잖아요. 마치 세상에서 패배한 사람들처럼. 꼭 그렇지 만은 않은데...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되면 홍상수 감독에게 <바디페인팅>을 한 권 보내고 싶어요. 제 소설이 영화화 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요.

출판자본에 억눌린 한국의 젊은 소설

질) 한국의 젊은 문학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젊은 독자들이 한국의 젊은 소설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답) 그건 아마 매체의 영향이 아닐까 해요. 아무래도 많이 노출 된 책에 시선을 두게 되잖아요. 그 다음은 출판 자본 때문이겠죠. 출판 자본 문제는 독자들의 취향하고도 연결 될 거예요. 독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 거겠죠.

질) 문학의 위기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어요.

답) 저는 문학이 융성하던 시기를 경험해 보지 않았어요. 반대로 말하면 순수문학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고 봐요. 하지만 트렌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요. 얼마 전에 서점에 갔는데 요즘 나온 책들 정말 표지가 화려하더라고요. 그 안에 끼어 있는 내 책 <바디페인팅>이라는 소설은 어떤 의미일까도 생각해 봤죠.

특이한건 그 수많은 신간 대부분이 번역소설이라는 거였어요. 또 오래전에 출간된 도리스 레싱의 책이라든지 제인오스틴의 소설 같은 것도 많았고요. 그걸 보면서 새로운 양장본이나 판형 즉 겉모습이 작품의 시간 격차를 줄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책을 신간처럼 포장해 내는 출판 자본을 보면 당혹스럽기도 하죠.

질)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으세요?

답) 연애가 안 나와도 재밌는 소설? <바디페인팅>에 연애 얘기가 별로 없어서 그런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쓰겠다는 생각은 현재로서는 없어요. 독립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제작 과정을 좇는 소설, 교육과 관련된 소설을 쓰려고 해요.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는 유머를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젊은 소설은 다양한 형태로 도약하고 있다.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이 젊은 독자를 집어 삼키는 동안에도 그들의 노력은 계속 됐다. 이제 독자와 만날 차례만 남았다.

그 중 박금산의 <바디페인팅>은 놓쳐서는 안 될 새로운 징후 중 하나다. 지원금을 타기 위해 몸부림치는 금산의 하루는 우리가 웃고 운 ‘어느 날’이다. 누구나 그처럼 남루하고, 초라하게 산다. 소설가도 그렇고 직장인도 그렇다. 발가벗은 알몸에 칠한 박금산의 바디 페인팅은 시대의 애잔한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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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김대욱 기자 )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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