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이동진
62. 이동진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3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잔혹>(하서출판사. 2007)

[북데일리]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블로그 ‘이동진의 영화풍경’은 늘 북적인다. 하루 방문자 수는 천 단위를 훌쩍 넘고, 글 하나에 수 십 개의 덧글이 달린다. 발자취를 남기는 장소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바쁘다.

사람 냄새가 나서다. 평론가라는 무거운 직함이 주는 딱딱함을 그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늘 그는 일상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정겹게 풀어놓는다. 꾸밈없는 글과 사진을 보면 그저 영화를 잘 아는 동네 형이나 오빠 집에 와있는 듯하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내보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늘 하루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영화를 봤으며, 느낌은 어땠는지 한바탕 수다를 떨고 간다. 그러면 누군가 맞장구를 치고, 어느 순간 왁자지껄 해진다. 가상의 공간은 한 순간에 생기가 도는 사람 사는 집으로 변한다.

이곳 주인이 최근 밖으로 나왔다. ‘러브레터’, ‘비포 선 셋’, ‘화양연화’ 등의 영화가 태어난 풍경으로 안내하는 <필름 속을 걷다>(예담. 2007)를 출간한 것. 예전 한 일간지 기자 시절 연재했던 ‘이동진의 세계영화기행’을 수정하고 보완한 여행기다.

“독자들에게 시작도 끝도 없는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영화와 여행을 엮어서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끈끈하고 스산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 영화란 “벅찬 사랑의 대상이자 어쨌든 계속 채워지는 밥그릇”이라고 정의한다. 무한한 애정과 신뢰가 엿보이는 표현이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책 역시 항상 함께 하는 친구다. 1만권이라는 소장권수는 왠만한 독서광 이상. 일단 잡은 책은 끝까지 놓지 않고, 장소마다 종류를 달리해 보는 습관도 책을 좋아하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영화, 텔레비전, 음악 같은 다른 장르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거든요. 하지만 지적인 면에서 책이 인간을 가장 능동적으로 만든다는 사실 만큼은 부정할 수 없어요. 그래서 책을 읽습니다.”

요즘 탐독하는 해럴드 셰터의 <연쇄살인범 파일>(휴먼앤북스. 2007)이나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은 이런 그의 지적 사고를 자극하는 책이다.

독자들에게는 특별히 콜린윌슨의 역사서 <잔혹>(하서출판사. 2007)을 권한다. “가장 낮고 차가운 자리에서 쓴 역사를 들춰보는 과정이 흥미롭다“는 게 추천이유다.

당분간 그는 지금처럼 바쁠 듯싶다. 한 포털에 마련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글을 써야한다. 그 중 한 코너는 책으로도 엮일 계획이다. 그를 기다리는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호흡을 같이 하며 부대끼는 재미도 포기할 순 없다.

모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동진에겐 즐거운 인생이다. 수십년을 동거동락한 영화와 함께 걷는 삶이기 때문에.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