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연합회` 이창연 회장 "서점은 거리의 도서관"
`서점연합회` 이창연 회장 "서점은 거리의 도서관"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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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거리의 도서관이 되어야 합니다.”

[북데일리]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창연 회장(57)의 서점에 대한 철학은 확고했다. 19일 제1기 서점학교 개강 날 만난 그는 “서점을 단순히 상업적인 성격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서점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했다.

“서점은 동네의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해야 해요. 기존의 생각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래서 만든 게 서점학교입니다.”

서점학교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기획하고 문광부가 후원하는 교육과정이다. 전국 서점인을 대상으로 19일부터 21일까지 제1기가 무료로 진행됐다.

이 회장이 서점학교를 생각한건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전두환 정권이 집권하면서 서점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과외금지조치와 같은 탄압이 심해지자 잠시 몸을 피하자는 마음으로 책이나 마음껏 읽어볼 요량이었다.

그래서 금호동에 터를 잡고 ‘도원서점’을 냈다. 2년 정도 기반을 다진 후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시장조사를 했다. 출판사, 서점, 인쇄소, 유통업체 등 출판에 관계된 모든 곳을 훑고 다녔다. 그 와중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이웃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열악한 환경이 우리 서점계였던 것.

서점들은 늘 적자에 시달렸고, 모든 면이 낙후됐었다. 이 중 유통 쪽은 특히 심했다. 일본은 책의 89%를 두개의 도매회사가 체계적으로 유통했지만,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하이클래스가 출판계를 이끌었던 일본과는 정반대인 우리나라 현실도 안타까웠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물론 당시에도 출판협동조합의 교육은 있었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제대로 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그는 이런저런 방법을 골몰했다.

서점계에 처음 제안했던 건 사서자격증제도였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의 서점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공부를 강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호통을 치며 나무라던 선배도 있었다.

그러다 10년 전 지금의 자리에 취임했다. 기회가 온 셈이었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일은 완전도서정가제의 정립이었다. 15대에서 17대 국회로 이어지는 동안 법안 마련과 시행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서점학교를 동시에 준비했다. 재작년 둘러본 독일의 서점학교에 자극을 받은 이 회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독일 서점학교는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그 날도 중국학생이 무려 320명이나 입교해 있었어요. 지원도 정부보다는 유통회사 쪽이 많더군요. 그만큼 상생의 인식이 강해서겠죠.”

이렇게 해서 문을 연 서점학교 제1기의 수강생은 모두 39명. 대부분이 업계 종사자다. 나이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강사로는 대학교수를 비롯해 대형서점의 전문 인력도 나선다. 다양한 지역에서 참가했는데 제주도에서 올라 온 사람도 있다. 그만큼 교육이 절실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회장이 밝힌 서점학교의 목표는 “교육을 통한 중소서점의 서비스 능력 증대와 이를 발판으로 한 사회적 시너지 효과 창출“이다. 커리큘럼도 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먼저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중소서점의 90%가 누적적자에 허덕여 문을 닫을지 말지를 고민 중이에요. 이어서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 해야죠. 작은 서점에서도 독서모임, 독서토론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는 중소서점의 이런 교육적 활동이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가 인지도를 높여 서점을 찾게 된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중소서점이 힘을 합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전국 2300여개의 서점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가능합니다. 대형서점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도서관 보다 20일 정도 빠르게 신간을 볼 수 있는 중소서점의 장점을 살려야 해요.”

앞으로 서점학교의 계획 중인 대표적인 사항은 이렇다. ▲점주의 기본적인 예절 교육 ▲서점교육 소위원회 구성 ▲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한 특강 ▲ 서점경영사 자격증 제도 도입 ▲학생층으로의 교육대상자 확대 ▲ IPTV를 이용한 전국단위 교육.

“단 한번의 교육으로 큰 효과를 내리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꾸준히 해나가야겠죠.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앞으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자신있습니다.”

현재 서점학교 1기는 끝이 났다. 12월에 제2기를 모집해 진행하고, 나아가 심화반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서점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해 볼 일이다.

(사진제공=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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