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젊은작가]②정한아"뜨거운 내 청춘... 빨리 갔으면..."
[이젊은작가]②정한아"뜨거운 내 청춘... 빨리 갔으면..."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9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 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거머쥔 신예 소설가 정한아. 수상작 <달의 바다>(문학동네. 2007)의 발견은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발랄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달의 바다>에 쏟아진 찬사는 정한아라는 작가를 예의주시하게 만들었다.

소설가 성석제는 “전문지식과 문장이 잘 어우러지고 발효되어 작품 전체의 힘을 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요즘 흔히 보이는 무단 인용한 ‘지식’을 과시하는 태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설의 희망이 여기에서 느껴진다”고 격찬한바 있다.

‘정한아’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첫 장편 <달의 바다>는 짜임새가 간결하다. 인물에 대한 묘사는 사려 깊고 세밀하다. 무엇보다 쉽고 빠르게 읽히는 흡입력이 돋보인다.

과연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증폭될 무렵, 종로 인근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웨이브 진 단발머리에선 발랄함을 엿볼 수 있고, 낯가림 없이 먼저 웃어 보이는 미소에선 20대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소설가 조경란은 그녀를 만난 후 “나는 누구라도 그녀를 만나면 풋, 하고 웃음부터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어떤 사람도 무장해제 시키는 ‘따뜻함’이 <달의 바다>에서 느꼈던 느낌 그대로 전이됐다.

질)지면을 통해 정한아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본인을 PR해 주세요.

답)수식어가 많이 안 붙는 작가였으면 좋겠어요. 수식어가 붙으면 그만큼 포즈를 취해야 하잖아요. 재미없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정직한 작가라는 말을 듣고 싶죠. 그런데 PR을 하기도 부끄럽네요. 너무 젊고 문단에서도 이럴만한 정체성이 생기지 않았어요. 작품에서도 그렇고... 아직 첫 스텝도 밟지 않아서 “이게 나랍니다”라고 자신있게 보여드릴게 없어요. 앞으로 제 작품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배반당할지 걱정이 앞서는 걸요.

질)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는데 기분이 어땠어요.

답)솔직히 말해서 너무 비현실적이었죠. 물론 간절히 바라며 이 상만을 준비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긴 해요. 사실 첫 책을 낸다면 꼭 문학동네를 통해 내고 싶었거든요. 문학동네가 책을 예쁘게 잘 만들잖아요(웃음).

질)당선 소식 받은 날 분위기를 스케치 해 주세요. 또 수상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답)주일이라 교회에 다녀와서 청소를 했어요(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했다). 사실 발표가 언제쯤 나오는지 대충 알고 있거든요. 수상 발표가 나올 즈음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긴장하게 되는데 이번엔 너무 빨리 발표가 나서 생각 없이 심드렁하게 받았죠. 막상 수상 소식을 들으니, 기쁘다기보단 진공상태라고 해야 할까... 왜 슬픔도 극에 달하면 눈물이 안 난다고 하듯 정말 믿어지지 않아서 방청소를 계속했어요. 나 스스로가 믿어질 수 있도록 정리가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수상 후 달라진 점이라면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는 점? 하하하. 전에는 내가 쓰고 싶을 때 소설을 썼잖아요. 글감이 항상 생기는 것이 아니니까 무계획적인 글쓰기였는데, 수상을 하고 나니 청탁이오고, 직업이 생긴 기분이 들어요. 또 책임감도 생기고... 그래도 운이 좋다고도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일찍 겪고 담담해질 수 있으니까요.

질)언제부터 소설가를 꿈꿨나요.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답)사춘기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춘기를 정신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유독 아프게 보냈거든요. 제가 워낙 유아기적 인물이라 부모님에 대한 의존도도 높고 세상에 대한 꿈이 너무 많았죠. 그러다보니 세상에 대한 충격이 컸다고 해야할까... 뭐라고 딱 표현하기 힘들지만 두 번 다시 돌아가기 싫을 만큼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아픈 시기에 저에게 유일하게 감동을 주는 것이 소설뿐이었어요. 그래서 소설가가 되고 싶었죠.

질)영향 받은 작가가 있나요.

답)너무 많은데... 10대 때는 최윤 선생님을 좋아했고, 20대에 들어서는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소설에 깊은 충격을 받았어요. 소설의 내용 보다는 작법과 스타일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요. 작가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두 분 다 저에겐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충격적이고 긍정적이지만 평이하지 않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설이라고 할까.

질)그렇다면 닮고 싶은 작가는요.

답)다 좋아하는데 ‘이렇게 쓰고 싶다’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폴 오스터(Paul Auster)에요. 그 사람의 글에서 ‘참 성실한 작가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에게 있는 타고난 재능 말고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폴 오스터의 글은 정직함이 그 사람 자체라고 느껴져서 좋아요.

질)<달의 바다>의 소재는 ‘우주’잖아요. 고모가 보낸 7편의 편지는 너무 사실적이어서 많이 감탄했는데,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구성했나요. 그 과정이 궁금해요.

답)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자료 수집이라면 우주와 관련 책을 많이 읽었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거나 감탄하는 부분이 자료의 질이나 양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말 겪어본 사람이 기록한 편지 같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고모의 편지는 제 스스로도 공을 많이 들였는데,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나사의 풍경, 활동, 무중력 상태에서의 행동 등을 체화해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로만 구성했어요. 우주에 관한 자료는 정말 방대한데 소설에서 다룬 이야기는 정말 미미해요. 그래도 내 것으로 만든 후 쓴 글이기 때문에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질) 조부모님과 같이 산다고 들었는데 <달의 바다>의 주인공 은미와 그 식구들이 왠지 작가 본인과 그 가족의 모습과 흡사하게 느껴져요. 가족들을 소개 해주세요.

답)저희 집은 3대가 같이 살아요. 아무래도 작품하고 비슷할 수밖에 없죠. 다만 할아버지는 책에서처럼 가부장적이진 않아요. 저희 할머니는 생각이 신선하고 굉장히 젊으세요. 소녀적이라고 할까. 제가 길게 해외여행 간다고 하거나, 특히 오지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걱정하시면서 말리시는데 할머니는 항상 지지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보통의 할머니의 감성이 아니시죠. 부모님은 제가 하고자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세요. 그리고 두 분 다 굉장히 낭만적이시고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나이차이가 제법 있어요. 고3이라 이번에 수능을 봤어요. 책에 나오는 고모의 아들 찬이처럼 성실하고 착해요.

질)개인적으로 민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웠는데 민이는 트렌스젠더를 희망하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잖아요. 이런 성적 소수자를 주요 캐릭터로 등장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답)그런 이유를 생각하는 게 좀 촌스럽지 않나요. 성적소수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분리’라고 생각해요. 성적인 이분법이라든지, 그런 것을 강하게 터부시 하는 게 굉장히 촌스럽잖아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트렌스젠더라는 이슈만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민이는 여자가 되고 싶고 본인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고모의 편지도 그렇고...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이지만 그들에겐 진실이기 때문에 그런 틀에서 자연스럽게 가져오게 됐죠.

질)엉뚱한 질문일 수 있지만, 만약 정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이 민이처럼 트렌스젠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답)“안돼!”라고 하면 역시 촌스럽겠죠. 사랑이라는 것이 뭘까요? 저는 세상에서 ‘구속’을 가장 싫어해요. 트렌스젠더가 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구속하고 싶진 않아요. 서로에게 상처가 될테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모든 것을 걸 만큼 가치 있는 건 ‘자유’에요. 사랑이 자유를 포기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요.

질)다시 소설이야기로 가면, 참 쉽게 읽혔어요. 젊은 작가답게 톡톡 튀면서도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졌고, 마지막 고모의 편지를 읽으면서는 눈물도 났죠. 개인적으로는 <달의 바다>를 읽으며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데 독자들이 이 소설을 어떠한 시각으로 봐주길 바라나요.

답)독자에게 어떻게 봐주길 원한 다는 것은 소설가로서 최악의 자세죠. ‘이건 이렇게 썼으니까 이렇게 읽어라’라고 독자에게 요구하는 건 오만이에요. 다만 꼭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가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 세계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거든요. 제가 세상에 느끼는 불편함은 눈에 보이는 것의 불합리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이에요. 고모의 거짓말의 편지에서 ‘진실’을 찾고 아름답게 읽어줬으면 해요.

질)여행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강력 추천하는 여행지와 여행지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좀 얘기해주세요.

답)이런 질문 많이 받았는데, 러시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할게요. 러시아 전역을 도는 여행이었는데, 바이칼 호수 근처 캠프촌에서 머물게 됐어요. 매일 밤 캠프파이어가 열리고 세계 각지의 청년들이 모여드는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해요. 그 당시 22살이었는데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소설을 쓰고 싶은데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갈등과 ‘정말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었죠. 그때 스웨덴에서 온 남자 친구 한명을 만나서 밤새도록 안 되는 영어로 굉장히 많은 얘기를 했었어요. 아주 힘들 정도로 전 세계를 여행 다니는 친구 였는데, 대화를 나누던 중 인생에 소중한 것 3가지씩 얘기를 해주기로 했어요. 그는 여행과 등산을 꼽고 나머지 하나는 말을 안 해줬죠. 저 역시 제 인생에 소중한 것 2가지만 말을 했죠. 나중에 세계 여행을 다니다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나머지 한 가지를 얘기하자는 제법 말랑말랑한 약속을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에게 “왜 이렇게 많은 곳을 힘들게 여행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죠. 그 말에 저는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나는 소설을 왜 쓰는 걸까 이렇게 힘들고 열등감의 연속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몹시 힘들었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저 역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죠.

질)소설 속 주인공 은미는 기자의 꿈을 포기하고 이대갈비에 취직하잖아요. 고작 27살밖에 안됐는데 너무 이른 타협이 아닌가요. 또 정 작가의 나이도 이제 겨우 25살이잖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청춘은 무엇인가요.

답)저는 개인적으로 청춘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20살 때부터 너무 뜨거웠거든요. 청춘은 너무 아름다우니까 제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고 벅차단 느낌이에요. 왜 아주 반짝반짝하는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어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빨리 청춘을 보내고 나중에 추억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학보사 출신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주변에 기자나 언론 쪽 일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은데 굉장히 힘들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요. 젊은 시절의 도전과 열정을 부정하진 않지만 청춘을 훼손시킬 정도로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에선 취업이 너무 과열돼 있어요. 취업이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청춘을 훼손시키면서 까지 힘을 쏟아 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은미라는 인물을 그렇게 그린 것은 사실 은미 역시 기자가 너무 하고 싶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은미는 이대갈비에 취직한 것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는거죠.

질) 젊은 작가인 만큼 기대치도 높은데 부담은 없어요.

답)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가진 것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 소설이 좀 쉽고 가벼운데, 최근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쉽고 재미있다는 점 때문이잖아요. 소설의 문학적인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설은 독자들에게 여가의 일부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제 소설이 쉽고 부담없이 읽힌다는 게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젊다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과 남은 시간이 많다는 뜻이잖아요. 그 점을 봐주신 거죠. 저는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기대를 깨야하죠. 저에게 기대하는 부드럽고 예쁜 소설을 ‘앞으로도 계속 써야지’ 하는 노력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주제를 담아 글을 쓰는데 지금처럼 좋아해 주시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들을 각오하고 자세를 바로하려고 해요. 사실 상을 받고 얼마간은 부담감이 많았어요. 그런데 선배님들의 충고가 위로가 됐죠. 젊은 작가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부담감은 위험한 것이라고... 이제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

질)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시기잖아요. 예쁜옷, 악세사리, 쇼핑, TV 드라마, 쇼 프로그램, 맛집 등 특별히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 많죠?

답)네, 그 부분에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됐어요. 작가로서 갖고 있어야 할 ‘비향략주의’가 부족한 점이 제 콤플렉스 중에 하나에요. 친구들하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정말 좋아하는데, 막상 내게 닥치니까 포기해야할 부분으로 작용하더라고요. 다른 소설가 선생님들의 겸허한 모습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소설은 시와는 다르게 굉장이 고립돼 있어요. 얼마나 앉아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동시대의 작가 분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요. 그만큼 자기욕망을 다스리고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일이잖아요. 재기와 재능만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대 욕망을 포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죠(웃음).

질)미니홈피 있죠? 혹시 김영하 작가처럼 개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볼 생각은 없어요.

답)친구들하고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학교에서 수동카메라로 사진 찍는 동호회도 가입됐구요. 미니홈피는 당연히 있는데, 올해는 너무 바빠서 거의 방치해 논 상태에요. 저희 세대에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표현의 욕구가 아니라 기본적인 외출복과 같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고 안하고 싶다는 문제가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문화로 이해하는 게 좋죠. 그리고 김영하 선생님처럼 운영하는 것은 좀... 저는 숨기고 싶어요. 앞으로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롭고 싶어요. 제가 너무 노출되면 무엇보다 자유로울 자신이 없고, 자꾸만 포즈를 취하고 욕심이 생길 것 같아요. 불편해지잖아요. 제가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자유’라서 “전생에 노비였다”는 소리도 들어요.

질)새로운 소설에 대해 살짝 소개 좀 해주세요.

딥)겨울호 계간지에 실릴 단편인데, 제목은 <마떼의 맛>이에요. 마떼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거마시는 차에요. 8살 무렵에 한 2년 정도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갔었거든요. 주인공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교육대생인데, 아르헨티나가 우리나라와 극지점으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거든요. 그곳에 꿈과 새로운 기대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야기와 지금의 내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품었던 꿈과 기대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에요.

질)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해요.

답)일단 먹습니다. 끊임없이 먹고 또 먹고, 어떤 날은 하루 5끼도 먹어요. 어떤 책에 읽었는데, 아이를 난 친구에게 “애 낳는거 진짜 아프지?”라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안 낳아보면 상상도 못하기 때문에 아무 말 안할래”라고 대답했죠. 스트레스가 딱 그래요. 겪어보지 않으면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어요. 제가 엄살이 심하고 표출하는 형이라 한번은 글이 안써져서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서 엉엉 울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던 옛날을 생각해요. 그 시절은 아무 것도 없었잖아요. 형태가 갖춰지지 않았던 그때 얼마나 큰 꿈을 꾸고 그래서 행복했는지를 생각하면 지금 힘듬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꾸만 새로운 목표가 생기니까 힘든 것 같아요.

질)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걱정 안돼요.

답)전업 작가로 살 자신은 없어요. 전 지금 공부하는 학생(석사)이잖아요(웃음). 전업작가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운명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글을 써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제 운명이 돌아간다면 당연히 전업 작가로 살고 싶죠. 하지만 전업 작가의 배고픔, 불편함의 족쇄. 책으로만 연명하기 힘들어 진다면 다른 일을 병행할 것 같아요.

질)어떤 작가가 되고 싶어요. 꿈이라고 할까요.

답)조금씩 더 나아지는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소설 자체가 의미를 갖고 있다기보다 조금씩 성장해서 나이를 먹었을 때 제가 갖고 있는 주제의식이나 세계관이 멋진 음악처럼 하나의 멜로디를 구성할 수 있기를 바래요. 사람들은 결과만 보지만, 저는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려고요. 오래 쓰고 싶다는 것이 제 꿈이죠.

질)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답)“이것만이 저는 아니다”라는 한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한아의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말을 하기 전, 곰곰이 생각하며 답변하는 모습은 성실하고 사려 깊다.

생기발랄함이 가득한 외면은 전형적인 20대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냉정하고 차가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내면의 싸움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진지하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뜨겁고, 그래서 아프다고 했다.

그 따뜻한 열정으로 써내려간 단편 <마떼의 맛>과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글들이 어떤 ‘맛’을 낼지 오래도록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꺼내 먹고 싶어진다.

 

  • [이젊은작가①] 김애란 "진정성이 담긴 글 써야죠"
  • [이젊은작가③] 박금산 "노벨상 주면 거절은 않겠어요"
  • [이젊은작가④] 편혜영 "잔혹한 영화 좋아하냐구요?"
  • [이젊은작가⑤] 이기호 “시간의 검증 통과한 작품 읽어라"
  • [이젊은작가⑥]“반복하라 김연수처럼”
  • [이젊은작가⑦] 김경욱 "물음표 던지는 소설 쓸 터"
  • [이젊은작가⑧] 김경주 "굴욕적 알바, 날 성장시켜"
  • [이젊은작가⑨] 김미월 "상처입은 사람에 왜 끌리죠?"
  • [이젊은작가⑩] 신용목 "시인의 눈은 별, 발은 땅에..."
  • [이젊은작가⑪] 김사과 "실험, 지금부터가 시작"
  • [이젊은작가⑫] 유광수 "장르소설 미덕은 대중과 호흡"

    [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