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후 4년만에 초일류 기업 ‘삼성’ 떠난 이유
입사후 4년만에 초일류 기업 ‘삼성’ 떠난 이유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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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 티거Jang 지음 | 렛츠북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그 해법을 찾는 일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인 삼성을 입사 4년 만에 제 발로 걸어나온 청춘이 있다. 삼성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렛츠북. 2015)의 저자다.

어찌 보면 직장을 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배부른 투정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힘없는 사회 초년생 ‘미생’의 이야기라 더 그렇다.

큰 기대와 자신감에 부풀어 처음 입사를 하게 된 대기업. 저자는 그토록 원하던 전략기획 부서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천하를 주름잡는 전략을 기대했던’ 그는 갈수록 쪼그라 들었다. 어느새 사무실 구석 1평짜리 비품실에서 고장 난 복합기를 붙들고 하루 종일 끙끙대는 존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업무를 익히면서는 상사병上司病에 걸리기도 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상사병相思病‘과 회사에서 겪는 '상사병上司病'은 묘하게 증상이 닮았다. 상사병의 초기 증상은 밥맛이 없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앞에만 서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눈치를 살피게 된다. 혹시라도 연락이 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온갖 상념에 빠진다. 그 사람 생각에 자다가도 이불 킥을 하게 된다. 그 사람의 칭찬 한마디에도 하늘을 날고 질책 한 번이라도 깊은 절망감에 빠지며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린다.” (p.61)

이 병이 심해지면 실제로도 아프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입사 후 신입사원들의 평균 병원 진료비가 10% 증가했다고 한다. 대부분 위염이나 기관지염, 피부염 등 스트레스성 질환 때문이다. 그들은 좋은 회사와 보장된 미래를 위해 청춘을 바쳤다. 입사만 하면 승승장구하며 승진도 하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를 위해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열두 시까지 하루 종일 일을 했다.

“평일엔 사무실 속 피로 사회에 갇히고 주말엔 티브이 속 예능 사회에 빠지고 나머지 대부분은 남들 뉴스거리 속 간접 인생으로 소일했다. 나는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미래에 저당 잡혀 현재를 희생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형용사보다는 동사로 살고 싶어졌다. 나는 성공하기보다는 성장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 했다’는 소로우의 말처럼 한번 살고 싶어 졌다.” (p.273~p.274)

이런 생각으로 저자는 입사 후 4년 만에 삼성을 떠난다. 이제 ‘비정규 백수’가 됐다.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아직 특별한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말한다.

“불안하지만 후회는 없다. 후회는 없지만 불안하다. 두 가지는 같은 말이지만 다른 말이고 또한 둘 다 사실이기도 하다.” (p.279)

책을 덮고 나니 공지영 작가가 진로를 바꾸려는 자신의 딸에게 들려줬던 “젊으니까 무조건 찬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의 용기와 결단에 응원을 보낸다. 저자처럼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들도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대기업 취업과 그에 따른 애환이 맞물린 이야기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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