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특유의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 가슴 뭉클한 감동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하다. 총 5개의 단편 중 표제작 ‘마돈나’가 특히 그렇다.
이야기는 한 기업의 영업3과에 신참 여직원 도모미가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결혼 15년차의 42살 하루히코 과장이 그녀의 참한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알지만 온종일 도모미 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를 좋아하는건 하루히코 뿐만이 아니다. 같은 부서 내 젊은 사원 야무구치 역시 도모미의 마음을 얻고자 바삐 움직인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조심조심 사랑을 키워가던 하루히코는 그 사실을 알자 돌변한다.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둘이 함께 있지 못하게 업무나 휴가 일정을 조정한다. 야마구치 또한 일을 핑계로 하루히코를 견제한다.
첨예한 신경전 끝에 두 남자는 주먹다툼까지 벌인다. 한 여성을 둘러싼 처절한 싸움이다.
작가는 순발력 넘치는 문장과 세밀한 심리묘사로 독자를 소설 속 극단의 상황까지 순식간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독자를 기다리는 건 의외의 반전. 허탈하지만 밉지 않은 결말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밖에 ‘댄스’나 ‘파티오’의 경우는 부성을 소재로 한 따뜻한 감동을 준다. ‘총무는 마누라’, ‘보스’와 같은 글에서는 중년 남성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마돈나’의 한 대목이다. 한 여성을 둘러 싼 두 남자의 피 끓는 대립이 생생하다.
“과장님, 부하 여직원한테 엉뚱한 마음을 품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네가 무슨 상관이야?”
“과정님, 구라타 씨한테 반했어요?”
“그래, 반했다. 그게 어때서?”
“오호라, 이제야 정색을 하시는군. 과장님 지금 몇 살이십니까? 연세를 생각하셔야죠.”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