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 이 배우가 가진 힘의 색깔은 무엇일까
[인터뷰]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 이 배우가 가진 힘의 색깔은 무엇일까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1.1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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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참 이상하다. 영화계 제작자들은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칭찬부터 쏟아낸다. 한 영화 제작자는 “칭찬만으로도 3박 4일이 모자란 배우”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배우 참 기묘하다. 착하고 착한 배우이지만 의외로 악역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몇몇 영화에선 눈에 띄는 악역으로 인상을 깊게 남긴 바 있다. 이 배우 참 예상 밖이다. 착하디착한 순진무구한 캐릭터는 더 잘 어울린다.

한 드라마에선 그의 이 같은 매력이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배우 너무 도발적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한 영화에선 옆자리에 앉은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오늘 당신과 자고 싶다’는 엄청난 발언을 던진다. 따귀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을 발언이다. 그럼에도 이 여성은 이 남자의 9등신 매력에 푹 빠져 조금은 흔들린 모양이다. 사실 이 배우가 저런 발언을 던진다면 ‘노’라고 딱 잘라 거절할 여성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 한때 대한민국을 ‘칠봉이’ 신드롬에 풍덩 빠트렸던 배우 유연석이다. 그가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통해 ‘맹공남’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터트렸다.

영화 개봉 후 며칠 뒤 만난 유연석은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랜 기획 속에서 묻혀 있던 작품이 빛을 보게 된 것에 대한 들뜸이 있었다. 문채원이란 상대역도 있지만 사실상 메인 주연급으로서는 첫 번째 작품이란 점의 들뜸도 포함돼 있었다. 유연석은 이 영화와 처음 만난 순간과 지금을 묘한 설명으로 전했다.

“처음에는 아주 빨간색이었죠. 정말 강렬한 빨강이었어요. 야하다는 개념이 아닌 정말 도발적인 느낌이었죠. 어떤 면에선 ‘비포선라이즈’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냥 빨강이었죠(웃음). 너무 강한 느낌에 몇 번의 각색이 이뤄졌는데 그 맛이 좀 흐려졌다고 할까. 그때는 의외로 핑크빛이 강했어요. 감독님과 상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의견도 많이 물어오셨고. 빨간색과 핑크의 중간 지점에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죠. 전 만족스러운 결과 같아요.”

▲ 사진 =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사 아침의 고 정승혜 대표가 기획했던 이 영화는 후에 ‘그날의 분위기’로 재탄생됐다. 이 영화에 합류한 유연석의 공은 스토리 전체의 도발적인 느낌을 담당하는 주요한 키 포인트였다. 워낙 착한 남자로 유명한 그의 합류에 약간의 우려스러움을 전하는 시선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강렬할 정도로 멋진 9등신의 외모는 연기 외에 여성의 판타지를 채워줄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했다.

“하하하. 이 작품 선택 이유를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에요. 글쎄요. 도발적인 느낌도 강해서 끌렸지만 제가 연기하지 않았던 분위기에 끌렸다고 할까요. 그동안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고. 내가 만약 저런 인물을 연기하면 어떤 분위기가 나올까. 궁금도 했고. 사실 극중 ‘김재현’처럼 제가 직설이지가 못해요. 김재현의 그런 솔직함이 좀 부러웠던 것도 있었죠. 뭐 그렇다고 제가 내숭과는 아니에요(웃음) 친한 친구들과 있으면서는 찐한 농담도 자주하고.”

유연석은 이 영화에 각색 작업에 많은 관여를 했다. ‘각색’이란 단어에 부담을 느끼며 손사래를 쳤지만 사실 그의 아이디어가 많이 녹아든 작품임에는 분명했다. 몇몇 장면은 원작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다. 대부분이 감독과 유연석의 머릿속에서 나온 그림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기차역 만남이다.

“아휴 무슨 각색이에요. 그런 거창한 단어는 아니고. 매번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과 만나서 맥주 한잔씩 하면서 그날의 촬영 중 문제점이나 보완점을 의논하고 다음 날 촬영에 어떻게 더할지를 얘기했죠.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나온 장면이 마지막 기자역 장면이에요. 그 장면에서 수정(문채원)이가 건네는 대사가 제 아이디어였죠. 원래는 그게 제가 해야 할 대사인데 바꿔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감독님에게 전했죠. 수정의 대사는 굉장히 많았어요. 구구절절. 하하하.”

가장 놀랍고 시선을 사로잡는 점은 아무래도 극중 유연석이 연기한 김재현의 독특한 연애관이다. 처음보는 여자에게 ‘오늘 그쪽과 자려고요’란 무모한 대사를 전하는 남자의 매력은 ‘도발’ 아니면 ‘범죄’에 가깝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를 유연석이 전하기에 여성들의 가슴에 ‘심쿵’이 유발되는 것이다.

▲ 사진 =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하하하. 에이, 만약 유연석이 진짜 하면 저도 경찰서 가야죠. 영화에요 영화. 글쎄요. 전 재현이가 정말 프로페셔널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요. 자신감 넘치잖아요. 그런 자신감이 아마도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할 것이고, 인정받는 남자란 점이 뒷배경으로 작용했겠죠. 그리고 사실 영화에서도 보시면 재현이가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성격은 아니잖아요. 거짓도 없고. 본인 감정에 솔직한 남자. 딱 그렇게 생각해요.”

그 들이댐을 받아들이는 상대역 문채원과의 호흡은 실제 연인 사이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철벽녀’로 묘사된 배수정(문채원)에 대한 매력은 영화 속에서도 영화 밖에서도 유연석을 끌리게 한 또 다른 포인트다. 물론 그 배경에는 문채원이란 배우의 솔직함과 털털함이 자리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유연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시나리오 속에선 야한 농담도 받아치는 등 수정이 좀 강하게 묘사가 됐었죠. 여성스럽다기 보단 보이시한 매력이 강하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실제 그 인물을 연기한 문채원은 정말 여성스럽잖아요.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차분하고 딱 여성이란 단어가 떠올릴 정도였어요. 저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죠. 의외로 제가 상상했던 수정보다 문채원이 그린 수정이 더 현실감 넘치고 좋았어요. 제가 연기한 재현과의 밀당도 그래서 더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유연석의 묘한 분위기는 사실 이번 로맨틱 코미디보단 악역의 모습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의 얼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묘한 아우라가 담겨져 있다. 장르도 불문이다. 데뷔작인 ‘올드보이’의 강한 인상부터 ‘화이’ 속 잊을 수 없는 악한의 인물 그리고 ‘응답하라 1994’의 국민 순정남까지 유연석이 하면 그 캐릭터는 곧 인물이 됐다.

▲ 사진 =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너무 과찬이세요. 하하하. 가끔씩 그런 말을 저도 듣는데 잘 모르겠어요. 거울을 봐도(웃음) 그렇고. 그저 작품을 만날 때마다 집중하고 노력하고 감사하려고 하죠. 굳이 얘기를 하자면 선과 악의 양면성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배우가 되는 게 목표에요. 선역이든 악역이든 색깔을 말하는 게 아닌 유연석이란 배우의 느낌이 남는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목표에요. 뭐 당장 첫 번째는 ‘그날의 분위기’가 잘 됐으면 하는 거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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