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무너뜨리며 나타난 깜짝 무용가
무대를 무너뜨리며 나타난 깜짝 무용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15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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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안무가> 장인주 지음 | 이콘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피나 바우슈, 모리스 베자르, 매튜 본... 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들이다. 이들은 모두 ‘무용계의 큰 별’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무용평론가 장인주가 쓴 <세기의 안무가>(이콘. 2015)를 통해 20세기 춤의 르네상스를 이끈 30인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이들 안무의 작품 공연을 본 후 쓴 글 60여 편을 모았다. 1994년부터 <월간 객석>에 실린 리뷰와 파리 유학 시절 쓴 글, 귀국 후 내한공연을 앞둔 안무가를 소개한 글까지 20년에 걸쳐 쓴 글들이다.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무용계의 거장 ‘피나 바우슈’다. 저자에 따르면 피나 바우슈는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공연은 막을 올린 채 관객을 맞이한다. 1991년 파리에서 관람한 ‘팔레르모 팔레르모’의 무대가 특히 그러했다.

“객석에 들어서며 벽돌로 쌓아 올린 벽으로 막혀 있는 무대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 전면을 벽으로 막아버리고 어떻게 작품을 시작할지 몹시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다. 드디어 객석이 어두워지며 관객들이 서서히 무대에 주목하던 어느 순간, 갑자기 정면의 벽이 무대 뒤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관객들이 깜짝 놀라 채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서서히 연기가 가시면서 무대는 너무나도 훌륭한 폐허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폐허 속에서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튀어 나오고, 공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p.18~p.19)

이어 피나 바우슈의 작품을 보면서 안무 동작을 분석한다거나 해프닝의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큰 의미가 없다고 전한다. 그저 ‘그녀가 제안한 여행에 마음을 열고 동참하는 것이 가장 최상의 감상법’이라는 것. 바우슈의 여행에는 애틋한 사랑과 끈적끈적한 애환, 무엇보다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책은 안무가들에 대한 전기적인 글이 아닌 발표된 작품에 대한 리뷰들을 모아 중복되는 이야기도 종종있다. 안무가의 개인사에 대한 정보는 별도의 자료나 책을 참고해야 한다. 저자는 평론만 해온 이론가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무용단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안무가의 의도와 무용수들의 몸짓까지도 깊이 이해한다.

무용을 배우거나 무용 공연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무용평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그간 무용에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 책을 계기로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다음은 안무가 ‘에두아르 록’의 말이다.

“춤은 몸을 정의하는 이상적인 수단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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