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의 인재관리는 '메기 효과' 활용하기
세조의 인재관리는 '메기 효과' 활용하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1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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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 석산 지음 | 북카라반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세계 제국 원나라의 하락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할 때 조선과 명나라를 개국한 이성계와 주원장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물의 전형이었다. 이성계와 그의 평생 동지 이지란, 세조와 한명회의 관계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성종을 치마폭에 안았던 어우동과 조선의 남심을 사로잡은 황진이, 숙종과 애증의 세월을 보낸 장희빈은 정확한 포지셔닝을 통해 마케팅 기법의 진수를 연출했다.” (p.5)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경영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조선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북카라반. 2016)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조선의 역사는 유교의 틀 안에서 기록한 정사正史와 진솔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 야사野史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정사의 기본 줄기에 야사를 결합해 현재의 환경에 맞는 비즈니스 노하우를 제시한다.

먼저 조선의 이성계와 명나라 주원장을 통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그리고 이성계와 이지란 사이의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지란은 이성계보다 네 살이나 위였지만 이성계와 의형제를 맺고 형으로 모신 인물이다. 이지란은 이성계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왕 앞에서 활 실력을 과시하던 이성계를 만류하며 ‘자중자애하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좋은 파트너를 둔 일인자의 최고 덕목은 어떤 경우에도 이인자를 보호해주고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의식을 고취해 이인자가 즐겁게 헌신하도록 만들고, 항시 열린 마음으로 이인자의 인생 이야기에도 개인적으로 공감해야 한다. 후에 왕에 된 이성계는 목숨을 바치고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을 도운 이지란을 청해군靑海君에 봉해 왕자에 버금가는 대우를 했다. 그리고 왕이라는 신분에 매이지 않고 변함없이 의형제로 대한다. 이지란의 후손은 대대로 조선의 명문가가 된다.” (p.43)

세조는 ‘인재 관리’와 ‘처세술’에 능했다. 세조의 술자리는 정치의 장이었다. 신하들의 장점을 칭찬해보고 탄핵받은 신하는 불러 반성의 기회를 주었다. 공신들을 불러 “우리는 역전의 동료라 서로 술잔을 마주 대하고 나누는 것이 의리”라며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엄한 왕 앞에서 평소 드러내지 못했던 신하들의 본모습을 염탐했다. 이 술자리에서 벼락출세한 신하도 있고 날벼락을 맞은 신하도 있다.

특히 세조는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보완책으로 메기를 넣어두었다. 그 메기가 바로 구치관이다. 구치관은 문신들 가운데 보기 드문 청백리淸白吏였다. 세조는 이런 그를 알아보고 좌승지로 발탁했고 이후 영의정에 올렸다.

“세조가 그를 중용한 이유가 바로 일종의 메기 효과catfish effect인 것이다. 북해의 청어를 머나먼 런던까지 운반할 때 어부들은 청어의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둔다. 청어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활동량이 많아져 더 싱싱하게 런던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세조는 육조 대신들의 권력이 강해지는 것을 용인하면서도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위험 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 (p.78)

이 밖에도 책은 황진이를 통해 ‘푸시 마케팅과 풀 마케팅을, 임꺽정의 ‘네트워크 효과’를, 그리고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를 통해서는 ‘변화 전략 로드맵’ 구축 실패를 설명한다.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경영 노하우를 현대적 시각으로 정리한 점이 신선하다. 기업의 경영자나 관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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