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조선의 반 고흐 천재 화가 ‘최북'의 기행
[책속의 지식] 조선의 반 고흐 천재 화가 ‘최북'의 기행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12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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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 이여신 지음 | 예문당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고흐는 비운의 천재다. 살아서 인정받지 못했고 삶도 평탄치 않았다. 이런 비운의 천재가 조선에도 있었다. 고흐보다 1세기 앞서 살았지만 기구한 생애와 천재 화가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고흐와 흡사하다. 특히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기행도 마찬가지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면 최북은 자신의 손으로 눈을 찔렀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어느 날 최북은 한 세도가의 의뢰를 받고 그림을 그려주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최북의 솜씨를 트집 잡자 “네까짓 놈의 그림을 그려주느니 맹인으로 사는 게 낫겠다”며 제 손으로 한쪽 눈을 찔러버렸다.

그의 성격은 이름 해석에도 드러나는데 최복은 자신의 이름인 북(北)자를 둘로 쪼게 칠칠(七七 )이라고 불렀다. 칠칠이는 못난이란 뜻이다. 못생긴 외모를 두고 이른 말일 것이다.

정서적인 일들 외에도 고흐처럼 광기 어린 삶도 닮았다. 하루에 막걸리 대여섯 되를 마셔 언제나 술에 취해 비틀거렸고, 오두막에서 종일 산수화를 그려야 끼니를 때울 수 있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에게는 백동전 몇 닢에도 선뜻 그림을 건네주고 돈 보따리를 싸들고 거드름 피우는 고관에게는 엉터리 그림을 그려 희롱했다.

기행을 일삼으며 자유인으로 살았던 최북의 최후도 비참했다. 열흘을 굶다 그림 한 점을 팔았는데 그 돈으로 전부 술을 사 마시고 엄동설한 홑적삼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동대문 성곽 밑에서 동사했다.

인물화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예문당.2013)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시대를 앞서 간 천재들의 기이한 행동이 미치광이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런 광기가 역사에 남을 작품을 탄생시켰을지 모를 일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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