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선택지 밖의 대답은 통찰과 사유를 준다. 이런 대답에 신선함과 쾌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바로 이 순간이 창의성의 본질을 맞닥뜨린 지점이다. 어느 초등학생의 시험 답안지에도 창의성은 숨어있다.
문제: 곤충은 머리 가슴 ( )로 나뉜다.
답이 뭘까. 성인이라면 당연히 배운 프레임대로 ‘배’라고 답한다. 학생은 뭐라고 썼을까. 이 학생은 ‘으’라고 써놓았다.
맛깔스러운 카피로 유명한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김영사.2015)에 실린 이야기다. 저자는 답에 ‘등’이나 ‘다리’라고 써놓았다면 이렇게 재미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등이나 다리는 예상 가능한 오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체 부위가 들어가야 할 곳에 난데없이 조사 ‘으’를 쓸 생각을 했다는 데서 ‘아!’하는 반응을 일으킨 거다. 바로 이게 선택지 밖의 대답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걸출한 게이 아이콘 마거릿 조의 일화도 그렇다.
책에 따르면 그는 언젠가 “당신은 양성애자입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은 삼성애자라고 답했다. 덧붙여 양성애자라는 말은 제상에 오직 두 가지 젠더밖에 없는 거처럼 한정 짓는 용어라 지적하고 자신은 남자 여자 다 좋아하지만 사실은 트랜스젠더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정된 사고의 프레임이 툭, 하고 깨질 때 창의성의 본질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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