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결국 소통...번역가는 커뮤니케이터
번역은 결국 소통...번역가는 커뮤니케이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04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등하는 번역> 윤영삼 글 / 글항아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같은 책이라도 번역자에 따라 글맛이 다르다. 번역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다룬 <갈등하는 번역>(글항아리.2015)은 번역할 때 ‘원칙과 규범’을 의심하라 주장한다. 기존의 번역 가이드나 글쓰기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번역 규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문장의 길이를 살려라’, ‘한국어다운 문장을 써라’, ‘문체를 살려라’ 등의 규칙이다. 하지만 영어의 경우 관계대명사로 연결된 긴 문장은 적절하게 끊지 않으면 의미 전달이 어렵거나 지루한 문장이 된다. 책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에는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구절이 나온다. ‘잊힐리야’는 피동형 동사임이 틀림없다. 이 문장을 ‘그곳을 참하 꿈엔들 잊으리오’라고 고친다면 어떨까. ‘잊힐리야’라는 동사가 주는 아련한 느낌은 사라져버리고, 보다 더 단호한 인상을 주는 문장이 될 것이다. 과연 ‘한국어다운’ 문장을 고집하는 것만이 좋은 선택일까?”

다시 말해 번역하는 데 고정된 원칙은 없다는 뜻이다. 저자도 이를 강조한다. 특히 번역은 말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며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번역가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세상의 모든 번역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라는 맥락에서다.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의 저서를 두고 ‘왜곡번역’ 논란이 있었다. 논쟁 부분을 삭제하고 누락 부분을 다시 실어 재출간 했지만, 책 회수와 새 번역본을 출간하는 불명예는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만큼 번역은 중요하다. 지식과 정보를 포함한 하나의 문화가 제대로 전달되느냐의 문제도 있어서다. 책은 초보 번역가에게도 번역문을 다뤄야 하는 편집자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