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금융백서] 미국서 성공한 소상공인 온라인대출 회사 금융권이 한다면?
[WP 금융백서] 미국서 성공한 소상공인 온라인대출 회사 금융권이 한다면?
  • 정희윤 기자
  • 승인 2015.12.20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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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인력·조직 말고 날렵한 회사 합작해 사후관리 잘 하면 승산 충분
▲ 2010년 5조 9000억원에 그쳤던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이 올해는 11월까지인데도 28조 4000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이 온라인대출 회사를 만들어 비용을 낮추는 틈새시장을 열면 어떨까. (통계출처=한국은행)

대출시장 진출입이 자유롭지 않고 확보한 채권 유동화가 쉽지 않다면 핀테크 혁신이 가져다 줄 금융혜택조차 꿈꾸기 어렵다는 사실과 함께 뜻밖의 깨달음을 준 보고서가 한 편 나왔다.

기술금융 지원을 늘리라고 정부가 제 아무리 권장하고 소상공인 자금공급을 늘려서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가 제 아무리 요란한들 미국 소상공인 대출시장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나라에선 일어나기 어렵다는 느낌은 표피적이었다.

정부 당국이 핀테크 혁신 환경을 완성해주기까지 기다리지만 말고 국내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어떻겠냐는 새로운 ‘착점’을 일깨워 준다.

상업은행들이 저버린 대출영역에 조그만 온라인 대출회사들이 진출해 돈 벌기 시작하자 미국 대형은행들이 뒤늦게 뛰어든다는 사연을 일단 따라가 보자.

핀테크 업체들이 파고들만한 사업기회가 있고 짭짤한 영역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나니까 얌체처럼 추가 진입하는 사연이다.

◆ 핀테크 업체들 성공하니 대형은행 기웃?

대개의 은행들이 소상공인 대출을 꺼리고 줄이자 최근 수년간 약 100개 정도 온라인대출회사가 등장한 것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P2P대출에 나선 핀테크 업체를 제도권 안으로 품어서 제대로 운영하게 해 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벌써 나왔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우리나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는 20일 JP모건 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이 소상공인을 겨냥한 온라인대출 시장에 진출에 이어 다른 대형은행들 역시 가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업체들의 모험이 성공한 것이 변화에 굼뜨기로 이름난 대형은행들을 움직이게 만든 ‘채찍’ 아니면 ‘가시’노릇한 셈이다.

센터에 따르면 총자산 기준 최대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온라인대출회사인 OnDeck Capital과 손잡고 소상공인 온라인대출시장에 진출한 것도 최근이다. 골드만삭스도 얼마 전 자체 웹사이트 플랫폼을 만들어 온라인대출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 대출채권을 매각할 시장 두텁기가 부러워

오프라인 지점을 활용할 게 아니라 대출 신청과 심사부터 온라인을 거치니까 군침이 돌았을 것이란 추론을 해 볼만 하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성공요인이자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우리나라에선 그대로 따라할 수 없는 반쪽짜리 사업모델로 전락할 것이 뻔해 보인다.

온라인으로 실행한 대출로 확보한 채권은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에게 원리금 수취권(promissory note) 형태로 매각한다는 것 부러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부 헤지펀드들이 온라인대출회사에게서 사들인 대출자산을 토대로 유동화증권 찍거나 매각할 수 있다는 사연도 아주 먼 나라 이야기다. 온라인대출 업계 대표주자인 Lending Club이 16개월도 더 지난 2014년 8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9억 달러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는 장면에선 부럽기만한 금융선진국 사례라는 확실한 느낌이 온다.

원리금 수취권을 사서 꼬박꼬박 상환받아 이득을 챙기지만 ‘나쁜 짓’으로 키우지 않을 금융회사 또는 추심업체가 받쳐 줘야하고 유동화증권을 찍으면 사줄 수 있는 개인투자가들 또는 기관투자가 층이 두텁게 있어야 하니까.

◆ 그래도 국내은행과 2금융권 파고들만한 구석 있어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활성화 시킬 여지가 크다는 발견을 할 수 있다. 온라인을 낀 대출영업이 충분히 승산 있는 모델이라는 믿음이 간다면 핀테크 업체들을 건너 뛴 채 곧바로 시장을 주도하며 된다.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금융투자사, 그리고 저축은행과 여신금융회사들 누구나 도전해 볼 기회요인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동향센터가 소개한 미국에서 다른 대형은행들이 진출하게 될 방식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센터는 ①핀테크업체와 업무제휴 ②자체적인 플랫폼 구축 ③온라인 대출회사 인수 등의 방식 가운데 택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금융제도와 법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③만 빼면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②의 경우 일부 은행들이 이미 진출했기에 활성화시킬 일만 남았다. ①의 경우는 핀테크업체가 아니라 금융회사끼리 온라인 대출회사를 합작해서 영업할 여지가 크다.

은행이나 큰 금융사 인력과 조직으로 무겁게 가지 말고 온라인 전문 대출회사로 키운다면 일자리도 만들고 수익을 내기가 그만큼 쉬워질 수 있다.

또 하나, 채권을 맘대로 팔 수 있는 시장은 없지만 심사역량과 노하우를 잘 녹여서 대출을 해 주고 사후관리 전담조직에 공을 들인다면 부실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마련이다.

미국 사례가 부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핀테크 업체들이 ‘돈 되는 사업’임을 입증해 주는 동안 너무 높은 금리로 사회적 지탄이 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 등 국내금융사들이 적정한 금리 수준을 만들어 내어 나라경제에 윤을 내는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눈치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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