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고개 처박게` 만드는 무협의 진수
남자들 `고개 처박게` 만드는 무협의 진수
  • 북데일리
  • 승인 2007.09.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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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무협(武俠)은 무술이 뛰어난 협객을 뜻하는 말이다. 협객(俠客)은 호방하고 의협심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의협심(義俠心)은 남의 어려움을 돕거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려는 의로운 마음이다.

무협지는 정의와 의리를 중시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무협지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사조영웅전>(김영사. 2003)이다.

이 책은 오래전 <영웅문> 이라는 이름으로 고려원을 통해 해적판으로 출간 되어 큰 인기를 얻은 김용의 사조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영웅문> 시절, 1부는 <몽고의 별> 2부는 <영웅의 별> 3부는 <중원의 별>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지만 지금은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50여 년 전, 처음 쓰인 <영웅문>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조영웅전>은 송.금.원 교체기의 혼란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송나라의 백성들은 금나라에 나라를 빼앗기고 그 울분을 술과 체념으로 삭히고 있었다. 관리는 부패했고 백성은 통탄에 빠져 있었으며 영웅들의 모습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시대다.

금나라가 망해 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몽고의 칭기즈 칸이 세력을 키워 중원은 다시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시기에 천하제일의 무공을 담은 비서인 구음진경이 세상에 나오면서 강호에는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치게 되고 주인공 곽정과 황용은 갖은 음모와 계략의 위험 속에서 스스로를 성장시켜나간다.

책은 신의와 정, 끈기의 인물 곽정과 속 깊은 마음을 가진 황용이 겪어가는 모험을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그려낸다. 다음은 그 주요 인물들.

▲구양봉 : 무공은 대단하지만 성정은 바르지 못해 비겁한 술수를 써서 구음진경을 얻는데 혈안이 된다

▲황약사 : 최고의 무공을 지녔지만 워낙 괴팍한 성격에 사람 죽이는데 눈 하나 깜박하지 않지만 딸에 대한 정만은 깊다.

▲홍칠공 : 식탐에 끌려 다니며 거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정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강남칠괴 : 의리와 형제애로 굳게 뭉친다.

▲양강 : 사부들을 배신하게 된다.

▲전칠자들 : 도가의 정통 무공을 지켜나간다.

이들의 관계는 세상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것처럼 다양하고 매력적이다.

▲양강 : 사부들을 배신하게 된다.

▲전칠자들 : 도가의 정통 무공을 지켜나간다.

이들의 관계는 세상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것처럼 다양하고 매력적이다.

작가 김용은 왕중양, 구처기, 징기스칸, 악비 등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을 적절히 조합시켜 마치 소설 속 이야기 들이 실제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한다.

물론, 의욕적으로 새롭게 출판된 `김영사`의 국내 정식 계약본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남아있다. 정식 계약을 표방하며 `김용소설번역연구회` 라는 모임에서 공을 들였지만 다소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내용 전개가 종종 눈에 띄었다.

또한 중간에 인물들의 이름이 바뀌는 등의 오타가 가끔씩 눈에 띄는 것이 `옥의 티`라고 볼 수 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깔끔한 마무리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무협`이라는 장르에서는 문학적 가치들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 일반적인 무협지들이 지나친 우연성에 의한 플롯전개와 뜬금없이 등장하는 선정적 장면들, 단순한 인과관계를 통한 연출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사조영웅전>은 그 편견을 깨트려줄 무협지의 고전이다. 읽을 때마다 독자를 매료시키는 놀라운 작품이다. 서양에 오크와 요정, 마법이 공존하는 판타지 문학이 있다면 동양에는 의리와 정의를 중시하고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내공을 쌓아가는 남자들의 세계인 무협 문학이 있다. 신필(神筆) 김용의 작품을 통해 강호의 대협들을 만나보자.

- 김용 작품 연보 -

서검은구록 (1955)

별혈검 (1957)

사조영웅전 (1957)

설산비호 (1959)

신조협려 (1959)

비호외전 (1960)

백마소서풍 (1961)

원앙도 (1961)

의천도룡기 (1961)

연성결 (1963)

천룡팔부 (1963)

협객행 (1965)

소오강호 (1967)

녹정기 (1969)

월녀검 (1970)

[주성식 시민기자 liks79@gmail.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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