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열광 속에 열린 한국 대중음악...알고보면 일본의 음모?
[추천! 이 책] 열광 속에 열린 한국 대중음악...알고보면 일본의 음모?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1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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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헌 글 / 돌베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음악평론간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돌베개.2015)은 제목의 무게감만큼 묵직하고 색다르다. 대중음악 서적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으로 느낄 수 있지만 저자가 선정한 음악사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을 보면 그 취지를 공감하게 된다.

책은 냉정한 시선으로 네 가지 장면에 주목했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재즈와 로큰롤 혁명과 1970년대 한국에서 싹트고 자란 통기타 음악과 그룹사운드, 프랑스혁명 전후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직전부터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흔든 가요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이다.

모두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가요 부분은 우리가 누리는 대중음악의 시작과 관련된 비화를 엿볼 수 있다는 면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한국 대중음악사의 첫머리를 장식한 윤심덕의 ‘사의 찬미’와 관련한 음모론에 관한 내용이 그렇다. 노래 ‘사의 찬미’는 발표와 동시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저자는 여기에 숨은 음모가 있다고 말한다.

노래가 발표되기 전 나라가 발칵 뒤집힌 기사가 실렸다. 모두가 동경하고 주목했던 엘리트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직후 죽음에 관한 ‘사의 찬미’가 발매된다. 하지만 둘의 죽음을 두고 분분한 주장들이 오갔다.

무엇보다 ‘사의 찬미’가 신드롬을 불러일으켜 레코드와 유성기까지 날개 돋친 듯 팔린 최대 수익자가 바로 일본 제국주의 정부였다. 이 점이 음모론에 힘을 실어 준다. 노래를 녹음한 유령 레코드 회사와 일본 최대 축음기 회사가 바로 일본의 국영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의 찬미 신드롬 뒤에는 일본 오디오 산업의 계략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이 신드롬을 계기로 일본의 엔카 문화가 1935년 ‘목포의 눈물’을 타고 한반도에 상륙했다. 색다른 관점은 이 ‘목포의 눈물’은 일본 엔카에서 비롯된 트로트라는 점이다. 엔카의 한국버전이 트로트라는 말이다. 책은 안다고 여겼지만 정작 제대로 몰랐던 문화사의 일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본다.

음악과 역사, 그리고 평론가 강헌의 직설화법을 기대한다면 읽어볼 만하다. 특히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깨알 같은 주석도 저자의 노고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방대한 주석은 또 하나의 정보 역할을 톡톡히 한다. 꽤 잘 만들어진 책이다. 추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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