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섬사람의 애환이 담긴 '구들장논' 아시나요?
[책속의 지식] 섬사람의 애환이 담긴 '구들장논' 아시나요?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5.12.12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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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여인숙> 이용한 글 / 링거스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슬로우시티로 각광 받고 있는 전라남도 완도에 있는 청산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구들장논이 있다. 우리나라 50여 개의 섬 이야기를 담은 <물고기 여인숙>(이용한.링거스.2010)에 이 구들장논이 소개되었다. 책 속의 내용은 이렇다.

구들장논이란 산비탈이나 구릉에 마치 구들장을 놓듯 돌을 쌓아 먼저 바닥을 만든 뒤, 그 위에다 다시 흙을 붓고 다져서 논을 일군 것을 말한다. 청산도의 당리를 비롯해 읍리와 도락리에 있다.

산에서 빗물을 받아 벼농사를 짓는 논을 천수답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산도에 있는 논은 구들장논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청산도는 산이 많은 곳이다. 버려진 산기슭 땅에 논밭을 일구자니 온통 자갈투성이라 돌을 골라내었다. 돌이 많은 땅이므로 물빠짐이 너무 심해 무논 노릇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돌로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부어 구들장논을 만들었다.

청산도의 구들장논은 산비탈을 일구어 다랑논 형태로 만들었기에 경운기나 농기계가 들어 갈 수 없는 논이 많다. 그래서 소와 사람의 힘으로 논갈이를 한다. 또한 논흙의 두께가 쟁기날보다 얕아서 ‘배미를 딸 때쟁기질’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사진: 완도군청 홈페이지, '구들장논'

흙이 얕은 구들장논에 어떻게 벼농사가 가능할까. 봄이면 논과 밭에 가득한 자운영꽃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특히 당리에서 읍리로 넘어가는 다랑논은 자운영이 웃자라 그윽하고 거대한 꽃밭이 된다. 그 자운영 꽃밭 사이로 지게를 진 할아버지나 머릿짐을 인 아주머니라도 지나가면 달력 그림이 따로 없다. 사실 논자락마다 가득한 이 자운영은 쟁기로 갈아엎고 나면 땅심을 북돋우는 훌륭한 퇴비 노릇을 한다. 꽃밭이 사라지는 것이야 아쉽지만, 애당초 자운영의 쓰임새가 거기에 있다."-28쪽

구들장논은 옛날에 집을 지을 때 방바닥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척박한 곳에서 구들장 원리를 접목시켜 벼농사를 지었던 청산도 사람들의 지혜와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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