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조선시대 기방출입 양반 상대로 사기극
[책속의 지식] 조선시대 기방출입 양반 상대로 사기극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1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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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엔터테이너> 정명섭 글 / 이데아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조선시대에도 현대의 엔터테이너(연예인)들과 유사한 인물들이 많았다. 유명한 파티에 빠지지 않는 ‘셀러브리티celebrity‘나 강남의 유명 학원 강사 부럽지 않은 노비 출신 훈장, 종로거리의 개그맨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박수갈채도 받았지만 미천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활약했던 엔터테이너들을 소개하는 <조선의 엔터테이너>(이데아. 2015)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은 출신이 미천하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비주류’들이다. 잔치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홍봉상’은 현대판 ‘셀러브레티celebrity)’’다. ‘과거 입시 전문 스타 강사’로 이름을 떨쳤던 정학수도 있다. 책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인물도 소개하고 있다.

오입쟁이 양반을 놀려먹고 일약 스타가 된 ‘조방꾼’ 이중배의 이야기이다. 당시 기방 출입은 돈과 지위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엄숙한 사회에서 기방 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중개자 조방꾼이 필요했는데 이중배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와 얽힌 흥미로운 일화는 이렇다.

절세미녀 기생이 등장하자 어느 한 양반이 이중배에게 거금 10냥을 주고 기방에 찾아갔으나 이미 아홉 명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치상황은 지속되고 이중배는 난처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날이 새고 빈손으로 다들 돌아가야 했지만 양반 체면에 뭐라 말은 못하고 나머지 아홉 명만 욕할 뿐이었다. 그렇게 이중배는 거금 100냥을 하룻밤에 거둬들였다. 양반을 상대로 한 일종의 사기극이었는데 한양에 소문이 파다해 피해자들이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경강상인들의 횡포로 날로 치솟는 생필품 가격과 부패한 조정에 대한 불신이 높았던 분위기에 기방출입이나 하는 ‘높으신 분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에게는 얼마나 미웠을까? 이중배는 미녀와의 하룻밤에 10냥씩을 탕진하는 자들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를 대신해주고 명성을 얻은 셈이었다. (본문 중)

사기꾼에 버금가는 조방꾼이 양반들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를 대신 해 줬다는 해석이 다소 억지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밤새 기다린 보람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양반님네들의 표정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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