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교수, 표절시인...혼란스런 40대 군상
공황장애 교수, 표절시인...혼란스런 40대 군상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1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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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사> 백가흠 글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백가흠 작가의 소설집 <사십사>(문학과지성사.2015)는 9편의 단편을 통해 40대의 처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제목 ‘사십사(四十四)’도 이전 세대와의 교류도, 자기 세대와의 끈끈한 응집도 이루지 못한 불안한 40대를 상징한다.

표제작 ‘사십사’는 공황장애를 가진 여교수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는 주인공은 명품 구두를 살 수 있지만 삶은 그렇지 못하다. 세 번의 연애 모두 유부남을 만나 상처만 남았고 백화점 쇼핑과 드라마 시청을 소일거리로 삼는다.

또 다른 단편 ‘흉몽’의 주인공도 여교수와 다르지 않다. 유능한 편집자지만 황당하게도 입술이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한다. 친구 작가를 모함해 곤경에 빠뜨리는 등 오만한 태도를 거듭하다 잠든 사이에 당한 황당한 일이다. 이 일로 출판사에서 밀려나고 만다.

그런가 하면 ‘아내의 시는 차차차’의 화자는 백화점 문화센터 시 창작 교실에 다니다 알려지지 않은 시를 찾아 짜깁기해 등단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그 후 시 창작 교실에서 같은 수강생들에게 ‘시 선생’ 대접을 받는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혼란스런 40대들이다. 헬조선이라 불릴 만큼 답답한 한국 사회에 대한 염증 어린 시선을 9명의 인간군상을 통해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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