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못말리는 수집광
천재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못말리는 수집광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5.12.04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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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지음 / 윌북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천재작가로 알려진 비비안 마이어는 엄청난 자료 수집광이었다.

그녀의 사진작품은 사후에 알려졌는데 혼자서 사진을 찍었고 그 작품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평생 찍은 사진 15만장의 사진과 필름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삶을 다룬 <나는 카메라다>(윌북.2015)에는 한 열정적인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로 가득하다.

책에 따르면 비비안 마이어는 독신이었고 직업은 유모였다. 유모가 된 이유는 어느 정도 자유롭고 거주할 공간도 생기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틈틈이 사진을 찍어 모았다. 또한 세실 비튼부터 토마스 스트루스에 이르끼까지 사진가에 관한 논문을 포함해 수천 권의 책들과 사진 엽서, 유명 인사의 사인이 든 사진, 야구 카드, 모조 보석, 정치 홍보용 배지, 우표, 라이터, 구둣조각, 병따개 등도 수집했다.

또한 <뉴욕 타임스>나 신문도 통째로 보관했다. 갱단 기사부터 케네디와 관련된 기사, 상담을 해주는 디어 애비 칼럼, 현대 사진전 리뷰 같은 기사들도 발췌해 모았다. 그 분량이 파일 수백 권에 달했다.

이렇게 많은 자료가 생기자, 비비안 마이어가 유모로 일하는 집 2층 방이 신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장을 지지하는 철근이 휘어 보수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인화되지 않은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들. 본문 33쪽 

마이어는 유모라는 직업의 특성상 아이가 크면 다른 집으로 일자리를 구해야했다. 그때마다 자료 상자를 분신처럼 가지고 다녔다. 마이어의 자료상자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책속의 내용이다.

1987년 잘만과 카레 우시스킨의 집에서 일하기 위해 구직면접을 볼 때 마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 인생과 같이 이 집에 들어옵니다. 제 인생은 상자들에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마이어를 고용했다. 마이어가 일을 하기 위해 그 집에 도착했을 때 부부는 함께 온 200개가 넘는 상자에 깜짝 놀랐다."- 22쪽

책에 따르면 마이어의 나이가 들수록 상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마이어가 일자리를 구하는데 자료상자들은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 엄청난 분량의 인화하지 않은 필름 상자들과 각종 자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까지 얻어서 관리하였다. 하지만 마이어가 죽기 직전에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자 자료들은 경매에 부쳐졌다. 그리고 2007년,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자료는 기억이고 역사고 시간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은둔자로 살았지만 그녀가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방대한 사진자료는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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