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일 100가지
[책속의 포스트잇]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일 100가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0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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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글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들은 뭐가 있을까. 너무 사소해 시시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현실에서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에 더 절실한 일들이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문학세계사. 2009)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흔두 살 피에르는 가정이 있는 남자다. 그가 서른 살 처녀 마틸드와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저녁 호텔방에 들어가 보니 그녀는 작고 빽빽한 글씨로 여남은 장의 편지지를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풍가기, 강가에서 낮잠자기, 낚시로 잡은 물고기 구워먹기, 새우와 크로와상과 쫀득쫀득한 쌀밥 먹기, 수영하기, 춤추기, 당신이 골라주는 구두와 속옷과 향수 사기, 신문 읽기, 가게 진열장을 한참동안 바라보기, 지하철 타기, 열차 시각 확인하기, 둘이 앉는 자리를 당신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투덜대며 옆으로 떼밀기, 빨래 널기, 파리 오페라 극장에 가기, 베이루트와 비엔나에 가기, 시장 보러 가기, 슈퍼마켓에 가기, 바비큐 해 먹기, 당신이 깜박 잊고 숯을 안 가져 왔다고 볼멘소리 하기, 당신과 동시에 양치질하기, 당신 팬티 사 주기, 잔디 깍기, 당신 어깨 너머로 신문 읽기, 당신이 땅콩을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하기, 루아르 지방과 헌터 밸리의 포도주 저장고 견학하기, 바보처럼 굴기, 재잘거리기, 당신에게 마르타와 티노를 소개하기, 오디 따기, 요리하기, 베트남에 가서 아오자이 입어 보기, 정원 가꾸기, 당신이 코를 골며 잘 때 시끄럽다고 투덜대며 쿡쿡 찌르기, 동물원과 벼룩시장에 가기, 파리와 런던과 멜로즈에 가기, 런던의 피커딜리 거리에서 돌아다니기, 당신에게 노래 불러주기, 담배 끊기, 당신에게 손톱 깍으라고 요구하기, 그릇 사기, 우스꽝스러운 물건들과 아무 쓸모 없는 물건들 사기, 아이스크림 먹기, 사람들 바라보기, 체스에서 당신을 이기기, 재즈와 레게 음악 듣기, 맘보와 차차차 추기, 심심하다고 투정부리기, 변덕부리기,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깔깔거리며 웃기,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당신을 놀리기, 소들이 보이는 곳에 있는 집 찾으러 다니기, 점잖지 못한 물건들로 쇼핑 카트를 채우기, 천장에 페인트칠하기, 커튼 꿰매기, 재미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몇 시간 동안 식탁에 앉아 있기, 당신의 짤막한 턱수염을 잡고 당신을 꼼짝못하게 만들기, 당신 머리 깍아주기, 잡초 뽑기, 세차하기, 바다보기, 시시풍덩한 옛날영화 다시 보기, 공연히 당신 이름 불러보기, (중략)” (p.193~p.194)

이런 식으로 목록은 계속된다. 평범한 부부라면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럴 수 없는 관계에서 써내려간 여인의 마음이 전해져 아릿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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