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술사> 이원태․김탁환 글 / 민음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마술사와 소설가는 닮은 점이 있다. 국가가 정하고 강요하는 틀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조선 시대의 마술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선 마술사>(민음사. 2015)에 그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국가는 상상을 직업으로 삼는 자들을 늘 경계하고 의심해 왔다. 법과 도덕으로 실제 삶을 통제하듯이, 그로부터 뻗어 가는 상상의 나래도 국가가 원하는 틀 안에 가두려 한 것이다. 왕의 명령을 받들어 각 기관을 통해 널리 퍼뜨린 이야기에는, 그 나라가 원하는 상상들이 가득 담겼다.
마술사와 소설가는 교묘하게 그 틀에서 벗어난다. 겉으론 국가에서 정한 상상의 범위를 지키는 것처럼 하면서도, 각자의 상상이 얼마나 끝이 없는가를 자랑처럼 선보이는 것이다. 민란을 조사할 때 마술사와 소설가를 잡아들여 엄히 심문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란이란 결국 지금의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려는 몸부림이다.
환희의 마술에는 이 나라 백성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가 흘러념쳤다. 물론 그 이야기가 이 나라를 부술 날카로움을 지닌 것은 전혀 아니지만, 이곳과는 사뭇 달라 놀랍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심을 살 만했다.“ (p.130)
마술사와 소설가에게 공통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둘 다 상상력과 이야기가 흘러 넘친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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