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하려면...인스턴트가 아닌 원두커피처럼!
사과를 하려면...인스턴트가 아닌 원두커피처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3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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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주세요> 진 희 외 3인 글 / 푸른책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진정한 사과란 어떤 것일까. 진짜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청소년 소설 <사과를 주세요>(푸른책들. 2015)에서 알 수 있다.

"지금 우선 귀찮고 입장 곤란하니까 선심 쓰듯 던져 주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아니라는 얘기지, 내 말은. 시간에 정성을 더해서 상대가 왜 상처받았는지 알아가는 게 먼저. 사과는 그런 다음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일이어야 해. 가능하다면 여러 번, 그리고 지속해서. 성가시니까 치워 버리기 위해서, 부끄러우니까 잊어버리고 묻어 버리기 위해서, 먹고 난 종이컵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리듯이 한 번 쓱 해치우는 행동이 아니라." (p.87)

표제작 <사과를 주세요>에서 고등학생인 주인공 ‘의지’가 하는 말이다.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의지에게 수학 선생님은 “리본을 떼고 이제 그만하라”고 말한다. 의지는 “리본은 애도의 권리”라고 대답한다. 이에 선생님은 “요즘은 개나 소나 권리 타령”이라며 모욕적인 말을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지는 선생님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인다. 학교 1층 출입구 앞에서 ‘사과를 주세요.’ 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 선생님의 사과를 받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걱정하는 친구 ‘태오’에게 의지는 말한다.

“사과에는 원래 시간이 필요한 법. (중략) 사과는 종이컵이 아니거든.”

이 말은 들은 태오는 생각한다.

“사과와 시간과 종이컵의 조합이라. 자판기에서 잠깐이면 뽑는 인스턴트커피처럼 성의 없이 건네는 사과가 아니라, 예쁜 머그잔에 시간을 들여 내린 향 좋은 원두커피.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서 내던지는 사과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사과를 받고 싶다는 얘기?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p.79)

결국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퍼지게 되고 선생님은 의지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이 사과가 진짜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 의지는 계속 시위를 이어 나간다.

끝까지 당당하고 재기발랄한 의지가 대견하다. 선생님이나 학교라는 거대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른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 외에도 책에는 <연애 세포 핵분열 중>, <우산 없이 비올라>,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이라는 소설도 수록되어 있다. 모두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신념을 찾아 나서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청소년들을 이해하고픈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평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꿈을 짓밟아 버리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통해 그에 대한 반성도 해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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