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햇볕이 칼날처럼 격렬하게 내리쬐는 바다..."
하루키 "햇볕이 칼날처럼 격렬하게 내리쬐는 바다..."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5.1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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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무라카미 하루키 글 / 문학사상

 

[화이트 페이퍼=이수진 기자]그리스는 고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아름다운 바다를 자랑한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 에세이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 천지 그리스까지>(문학사상.2015)에서 특유의 감성으로 독자를 그리스 아토스의 바다로 초대한다.

책에 따르면 하루키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바다 중에서도 아토스의 바다에 더 매료된다. 물론 그냥 투명하고 파랗고 깨끗하기만 한 바다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바다의 아름다움은 그런 것들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하루키는 아토스 바다의 한 낮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예찬한다.

“그것은 뭐랄까, 전혀 다른 차원의 투명함이자 푸르름이다. 물은 마치 진공 상태의 공간처럼 선명하게 맑았고, 그리고 짙은 포도주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렇다. 마치 깊은 땅속의 틈 사이에서 대지가 빚어낸 포도주가 보글보글 솟아올라 그것이 바다를 물들이는 듯한, 눈이 아찔할 만큼의 푸르름이다. 거기에는 선명한 냉철함이 있고, 풍성함이 있고, 모든 관념적인 규정을 무너뜨릴 무서울 만큼의 깊이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늦여름 아침의 강한 햇빛이 칼날처럼 격렬하게 내리쬐다가는 다시 굴절되어 보기 좋게 굴절되어 산산이 흩어진다. (중략) 그것은 어쩌면 ‘바다’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이것은 어쩌면 일종의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시간과 희생을 거쳐 철저하게 양식화된, 매의 핵심으로 돌진한 나머지 본래의 의미마저 잃어버린 의식, 그런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 정도로 바다는 아름다웠던 것이다.”-14쪽

글에서 태양의 뜨거움과 바다의 푸르름이 묻어난다. 푸르름을 넘어 포도주 색으로 보이는 듯한 바다. 아찔하면서도 평온함이 느껴진다. "햇빛이 칼날처럼 격렬하게 내리쬐는 바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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