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폭설내린 대나무 밭에 무슨 일이? 아이들 잇단 실종
[책속의 포스트잇] 폭설내린 대나무 밭에 무슨 일이? 아이들 잇단 실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26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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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안정희 글 / 이야기나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야기에는 인류 생존의 법칙이 존재한다.”

기록의 중요성을 말하는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이야기나무.2015)가 말하는 이야기의 성질이다. 이를테면 네스 호에 괴물이 등장한다는 괴담은 세상에 널리 퍼져 현지인들의 먹고사는 일을 해결해주는 사례다. 네스 호의 신비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영국 오지에 속하는 곳까지 관광객을 끌어모아 마을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된 경우다.

책은 일본 추리소설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 4>의 한 대목을 통해 구전된 이야기가 목숨을 구한 사례를 소개했다. 전설이나 민담이 가진 역할이지만, 이야기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한 마을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었다.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어린아이들은 절대 대나무밭에 가지 마라! 아이를 잡아먹는 요괴가 나타난다.”

그러나 마을이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사건이 터졌다. 도시에서 온 젊은 부부의 아이가 대나무밭에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진 것. 이에 유괴나 살인이라는 소문이 난무했지만 소설 속 탐정은 날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추리는 이렇다.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의 무게로 대나무가 휘어져 가지들이 바닥에 닿은 채로 꽁꽁 얼어붙는다. 다음 날 날씨가 풀리면 바닥에 붙었던 가지들이 녹아 탄성이 생겨 다시 똑바로 서게 되는데 이때 아이들이 가지를 밟으면 순간 가지가 튀어 올라 아이를 건너편 계곡으로 튕겨낸다는 것. -182쪽

책은 폭설 다음 날 어린아이를 잃는 사고가 빈번하자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 누군가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라 말한다. 눈 내린 다음 날 아이를 잡아먹는 요괴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처럼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에 얽힌 인간의 삶이 다양하게 담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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