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엄마의 주름은 인생의 훈장
[책속의 명문장] 엄마의 주름은 인생의 훈장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2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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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라지지 마> 한설희 글‧사진 / 북노마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목부터 울컥한다. ‘엄마’란 단어만큼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게 또 있을까. 거기에 사라지지 말라는 말이 덧붙여지니 애절하다. 표지사진 속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모의 주름진 손을 보라. 마음이 짠해진다.

<엄마, 사라지지 마>(북노마드.2015)는 한 사진작가가 늙어가는 엄마를 2년여간 사진으로 찍고 단상의 글을 남긴 에세이다. 그 가운데 책을 관통하는 주제와 연결되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 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 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129쪽, 문태준, <老母> 재인용

주름은 늙음의 상징과 다름없다. 주름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인은 노모의 입가 주름을 아름다운 골짜기에 비유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훈장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이 시의 압권은 노모가 밥을 먹는 마지막 부분이다. 젊고 탱탱한 피부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삶의 풍파를 담은 모습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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