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하루키 "여행의 본질은 공기를 마시는 일"
[책속의 명문장] 하루키 "여행의 본질은 공기를 마시는 일"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5.11.24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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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무라카미 하루키 글 / 문학사상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여행이 끝나고 남는 건 ‘사진’이다. 사진을 보며 장소와 시간과 사람을 추억한다. 하지만 사진이 아닌 공기로 추억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 에세이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 천지 그리스까지>(문학사상.2015)에서 터키 여행 후에 남은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칠 년 전 여름, 터키 땅을 처음 밟았을 때였다. 그 곳은 항구도시였다. 날이 몹시 더운 날이었다. 당시 오일쇼크의 여파가 계속되던 시대였다. 터키는 석유가 부족해서 버스에 에어컨 가동이 금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다. 하루키는 유적을 둘러 본 뒤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 그리고 더 이상 터키에 머물지 않고 바로 그리스로 돌아와버렸다.

하루키는 그때 이후, 터키라는 나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하루키를 끌어당긴 것은 그곳 공기의 질 같은 것이었다. 그 곳의 공기는 어느 다른 곳과도 다른 무언가 특수한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부에 와 닿는 감촉도 냄새도 색깔도 그 모든 것들이 이제까지 맡아왔던 그 어떤 공기와도 달랐다. 그것은 불가사의한 공기였다.

“나는 그때 ‘여행의 본질이란 공기를 마시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기억은 분명 사라진다. 그림엽서는 색이 바랜다. 하지만 공기는 남는다. 적어도 어떤 종류의 공기는 남는다.”-193쪽

여행 후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딱히 기억나는 것도 콕 찝어 보고 싶은 것도 없지만 이유 없이 다시 가고 싶다. 아마 낯선 곳에서 만난 공기가 다시 마셔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알 수 없는 '끌림'. 이것이 여행의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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