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정근우
45. 정근우
  • 북데일리
  • 승인 2007.07.3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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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 2005)

“혹시, 책 좋아해요?”

[북데일리] 운동선수라고 하면 아무래도 책과는 인연이 멀 것만 같은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 설마하고 물어 본 질문에 SK와이번스 내야수 정근우(25)의 눈빛이 반짝였다.

“네, 책 정말 좋아해요.”

요즘 같은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당연히 책 읽기에 소홀해지기 마련. 그래서 비시즌 기간에 몰아쳐서 책을 읽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또한 책은 꼭 서점에서 직접 살펴본 후 구입한다. 특이한 점은 책을 읽을 때만 사용하는 전용 색연필이 있다는 것.

“언제부턴가 인상적인 부분에 색연필로 밑줄을 긋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됐나 봐요(웃음).”

책을 다독하진 못하지만, 정독을 원칙으로 한다는 그가 추천한 책은 지난해 베스트셀러이며 출판계에 큰 이슈가 됐던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 2005)이다.

야구선수에게 슬럼프는 역시 야구에서 비롯된다. 2006년 시즌을 준비하며 야심차게 떠났던 해외전지훈련에서 당시 조범현 감독(현 기아 타이거즈 배터리코치)의 “밀어치라”는 주문을 따르지 못해 조기 귀국당할 위기에 처했단다.

프로는 실력으로 평가된다. 당시 정 선수는 겨우 프로 2년차 신인이었고,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 속에서 꼭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앞섰단다. 다급한 마음에 의욕만 앞서다 보니 야구는 뜻대로 안되고 상황은 자꾸만 꼬여 갔다.

‘조기귀국’은 야구밖에 모르던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엔 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크게 낙심했던 그에게 동료 선수가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 바로 <마시멜로...>였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보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이지만 절박했던 그에게는 큰 용기와 희망이 됐단다.

‘주전’이란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지만, 그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상황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주전으로 뛰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 아직도 배워야할 것이 많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니 오히려 야구가 잘됐고 무엇보다 야구가 더욱 재미있어졌단다. 결국 벼랑 끝에 몰렸던 조기귀국도 없던 일이 될 수 있었다고.

혹독한 훈련과 함께 병행한 내적 수양은 그를 진정한 프로야구 선수로 빛나게 만들었다. 지난해 시즌 초반만해도 수비 포지션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시즌 중반부터 붙박이 2루수를 꿰찰 수 있었다. 타율 2할8푼4리, 도루 45개, 홈런 8개 등 만점 활약을 펼치며 지난 연말 2루수 부분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정 선수는 <마시멜로..> 이외에도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오체불만족> 등도 함께 추천하며 자기계발 서적 예찬론을 펼쳤다.

“재미있는 소설도 좋고, 가슴 찡한 수필도 좋지만,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기계발 서적을 즐겨 읽어요. 게으름과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독서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야구 선수로 성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정근우. 더 크고 맛있는 마시멜로를 먹기 위해서 오늘도 녹색 그라운드를 힘차게 뛰고 달린다. 매일 더러워지는 그의 유니폼이 내일을 향해 달리는 노력을 대변하는 듯 말이다.

[구윤정 기자 kido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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