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떠난 법장스님의 깨우침
빈손으로 떠난 법장스님의 깨우침
  • 북데일리
  • 승인 2005.09.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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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드믄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한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는 셈이 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2005 개정판, 두레)에는 허허벌판에 하루도 빠짐없이 토토리를 심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10, 20년 동안 그 일을 하지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온천지는 떡갈나무 숲으로 둘러싸이고, 고독하게 나무를 심어온 그이는 백발노인으로 변했답니다. 한 사람의 값진 노력이 황무지를 녹색 숲이 우거진 산으로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와 그늘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죠.

지난 11일 입적한 법장(法長) 스님의 흔적을 보며, 우리는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마주합니다.

스님은 이라크 전쟁터며 미국의 백악관을 방문해 세상에 평화 뜻을 보여주었고, 갈라진 땅 평양과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동포를 찾아가 따뜻한 정을 나눠주었답니다.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간 화합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처럼 스님이 남긴 사랑과 평화의 흔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삶을 몸소 실천한 법장 스님은 사후 시신마저 기증에 자신이 장기로 새로운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길을 열어주었죠. 전국에서 답지한 위문금과 조의금 마저 모두 새생명을 위한 기금으로 남기고 스님은 떠났습니다.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법장(法長) 스님이 남긴 마지막 글을 곱씹다 보니, 위대한 한 인격을 마주하는 이 순간이 진정, 사랑과 나눔으로 충만한 행복한 순간임을 깨닫습니다. 스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사진 = 나무를 심은 사람 책 표지와 법장 스님의 이력과 법문을 담은 홈페이지 www.bubjang.net) [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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