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앵커 "난 살리에르, 불쌍해"
김주하 앵커 "난 살리에르, 불쌍해"
  • 북데일리
  • 승인 2007.07.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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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세이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출간한 앵커 김주하

[북데일리] 올 3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공중파 방송 최초의 여성 단독 앵커’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복귀한 김주하. 그녀가 또 다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중심엔 에세이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랜덤하우스. 2007)가 있다. 김주하가 방송과 취재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낸 이 책은 출간 전 예약 판매만으로 문학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나운서에서 기자, 앵커, 이제 작가로의 변신에까지 성공한 그녀를 19일 강남의 한 북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모차르트 아닌 살리에르"

깔끔하고 논리적인 진행을 보여준 김주하는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앵커로 꼽혀왔다. `끌리는 여성 아나운서 1위` `대학생이 닮고 싶어 하는 인물 1위` 등 다수의 설문결과가 단적인 예.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한 건 오직 철저한 노력 뿐, 요행은 없었다.

"저는 노력형 인간이에요. 모차르트보다는 살리에르에 가깝죠.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목숨을 걸고 매달렸어요. 왜 이렇게 살았나, 때론 스스로가 불쌍할 정도죠."

일에 빠졌을 때의 그녀를 남편은 `경마장 말`이라는 별칭을 줬다. 결승점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말처럼, 일 외에 어느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성격 탓에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특히 2005년 독도에서의 특집 방송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김주하는 안전벨트도 매지 않은 채 헬리콥터에 서서 촬영을 감행했다. 의자를 짚은 한 손이 유일한 안전장치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 싶어요. 그 당시에는 빨리 (촬영) 끝내고 기사 송고해야지, 그런 생각 밖에 안 나더라고요. 한 번에 한 가지 생각 밖에 못하는 무식함, 저의 장점 같아요."

무식할 정도의 열정과 집념. 주인을 잘못 만난 몸은 늘 혹사를 당하기 일쑤다. 그녀는 자신에게 잠시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는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바로 새로운 일감을 찾아낸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기 전까지 스케줄이 꽉 차야 마음이 편하다니, 그 부지런함에 절로 혀가 내둘러진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에 시간표가 자동으로 그려져요. 늘 (일정이) 꽉 차게 살았는데 잘한 일 같지만은 않아요."

미처 누리지 못한 삶의 재미들이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자신이 진정 갈망하던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를 키운 건 손석희라는 악몽"

김주하에게 손석희는 호랑이 같은 선배다. 책을 통해 "나를 키운 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고 털어놓을 정도. 그만큼 가장 힘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아침뉴스를 함께 진행할 당시, 손석희의 교육 방식은 아주 매몰찼다. 그에게 `욕`을 먹다가 생방송 내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원고를 보지 말고 기사를 무조건 외워서 전하라는 주문엔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훈련은 고스란히 그녀의 재산이 됐다. 김주하가 가장 닮고 싶은 방송인으로 손석희를 꼽는 이유다.

"지금도 그(손석희)의 방송을 듣거나 볼 때면 짜증이 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할 수 있는 거죠?"

MBC 보도국 이진숙 특파원, KBS 김동건 아나운서는 그녀의 또 다른 멘토들. 기자로서의 능력에서는 이 특파원을, 인간적인 면모로는 김 아나운서를 깊이 존경하고 있다.

방송, 시청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

뉴스가 좋아 뉴스에 빠져 살고 있는 김주하.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가끔 네티즌들이 너무 심하게 질타할 때, 너무 억울한 말을 들었을 때,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내가 내 일 하면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 억울하기도 했고요."

그 때마다 `그래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많다`고 자위하며 이겨냈다. 때문에 은퇴 시기도 전적으로 시청자에게 맡길 예정이다.

"방송이 단점이 하나 있어요. 다른 일은 내가 열심히 하고 조직에서 인정받으면 돼요. 방송은 거기에 플러스, 시청자가 그 사람을 원해야 해요. 그래서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죠. 분명한 건 시청자분들이 `이젠 그만하십시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계속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시청자가 김주하의 은퇴를 바라는 일은 없을 듯하다. 엄기영 앵커의 말을 빌자면,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이 있기 때문이다. 뉴스를 위한 뉴스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뉴스를 찾고 전하기 위해 고민하기 때문이다.

김주하는 곧 뉴스요, 뉴스는 곧 김주하다. 그녀는 이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오늘도 온 몸으로 입증해내고 있다.

(사진 - 윤성일)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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