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작가 이철환, `반성문` 쓴 진짜 이유
`연탄길` 작가 이철환, `반성문` 쓴 진짜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7.07.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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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문집 <반성문> 펴낸 작가 이철환

`도대체 이 사람에게 반성할 일이 있기는 할까.`

[북데일리] 이철환의 신작 <반성문>(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을 접하는 순간, 떠오르는 의문이다.

<연탄길> <행복한 고물상> <못난이 만두 이야기> 등 따뜻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작가,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그이기에.

이에 대해, 최근 홍대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철환은 "언젠가부터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책을 내면 독자 반응에 민감한 거에요. 버림받으면 어쩌나 마음 졸이고... 생각해보니 그건 욕심과 집착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죠. 특히 몸이 아프면서 그간 잘못했던 일들이 참 많이도 떠올랐어요."

작가는 1999년부터 귀 속에서 쇠 깎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다. <연탄길>을 쓰면서 7년을 과로한 탓이다. 이명이 시작되고 3년간은 우울증에까지 시달려야 했다. 극심한 고통의 시간, 그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원망했다. `이게 다 죄값을 치르는 것`이라며.

후회와 반성, 아픔으로 점철된 기간을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겨냈다. 그리고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즈음, <연탄길>이 `TV, 책을 말하다` 추천도서에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후 <연탄길>은 그야말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철환은 "책이 전국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인세 수익금이 내 돈 같지 않았어요. 전철과 버스가 모두 끊어진 밤늦은 시간에도 택시를 탈 수 없었습니다. 어린 딸에게 예쁜 인형을 사줄 수도, 가족들과 함께 근사한 저녁 한 번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가난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바꾼 인세 수익금을 함부로, 내 멋대로 쓸 수 없었어요."

"글과 사람이 다르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신인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던 작가. 겸손하고 선한 마음가짐 뒤에는 치열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글과 사람이 다르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는 개떡같이 살면서 그런 글 쓸 자격이 있냐?`라는 질책을 받을까봐 겁이 났어요."

자신이 쓴 글과 다른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 결과, 책을 낼 때마다 조금씩 `사람`이 됐다고 여겼다. <반성문>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쪽팔리고 부끄러운 이야기도 숨김없이 고백할 수 있어야, 정말 `글을 닮은 사람` `사람과 같은 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제가 살아오면서 잘못했던 부분을 보여주면, 독자들이 `나도 잘못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도 그렇구나` `사람 사는 게 비슷하구나`라며 위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빠졌던 함정을 다른 사람들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실제로 책 속 이야기는 읽는 이를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무명 시절의 설움, 여자의 가슴을 훔쳐본 일, 학원 강사 시절 의도치 않게 `서울대 출신`이라고 학생들을 속인 기억 등, 작가의 내밀한 속내는 우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허심탄회한 고백은 `이렇게 전부 드러내도 괜찮을까`라는 염려마저 들게 한다.

"쓰고 나면 후련해지고 자유로워 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게 <반성문> 집필은 일종의 고해성사였던 셈이죠. 사실, 두렵기도 했습니다. 저에 대해 전부 알아버리면 독자들이 제게서 등을 돌리게 될까 봐요."

자기계발서 <핑>의 저자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는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실체를 알고 나면 독자들이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과감히 자신을 드러낸 작가 이철환. 그야말로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닐까.

<반성문>은 그 용기의 결정체이기에, 더욱 값진 작품이다.

(사진 - 정태원)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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