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몽환적 매력 “아빠, 얘기 좀 해요
앤서니 브라운의 몽환적 매력 “아빠, 얘기 좀 해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7.05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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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꿈을 꾸듯 몽환적이면서도 지극히 사실적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마그리트의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기발하고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하지만 묘사된 주인공들과 사물은 사진을 보는 듯 사실적인 것이 그의 작품 경향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런 화풍을 가지게 된 것은 3년간 해온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경력 덕분이다. 수술실에 함께 들어가서 인체에 대해 탐구하며 섬세한 그림을 그렸던 경력은 곳곳에 드러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현실과 초현실의 극을 넘나든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고릴라>(비룡소. 1998)다.

“아빠는 한나가 학교에 가기도 전에 출근했어. 퇴근해서도 일만 했지. 한나가 말을 걸려고 하면, 아빠는 ‘나중에, 지금 아빠는 바빠, 내일 얘기하자’ 하고 말했어”

<고릴라> 속의 아빠는 현대 아빠의 모습이다. 가족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지만 정작 가족은 외로움 속에 두는 우리들의 아빠. 주말에도 지쳐있는 아빠와 컴컴한 방에서 홀로 텔레비전을 보며 샌드위치를 먹는 한나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슬프게 와 닿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 ‘판타지’가 등장한다. 고릴라를 좋아하는 한나의 생일선물로 아빠가 사 준 고릴라 인형이 한 밤중에 진짜 고릴라로 변신 한 것. 아빠와 함께 동물원에서 고릴라를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한나는 아빠 대신 고릴라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동물원에 가고, 영화를 보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춤을 춘다. 한나는 아빠와 해 보고 싶던 모든 것을 고릴라와의 데이트에서 이룬다.

아침에 눈을 뜬 한나는 아빠에게 지난밤의 일을 이야기하러 내려가는데 아빠는 생일을 맞은 한나를 위해 케이크와 동물원 데이트를 준비한다.

이어지는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한나는 무척 행복했어”

한나가 고릴라 책을 좋아하고, 고릴라 비디오를 보고, 고릴라 그림을 그리는 건 자주 볼 수 없는 아빠의 흔적을 고릴라에게서 찾으려 한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은 1983년에 케이트 그러너웨이 상을 받았다. 1983년의 아빠들도, 그리고 지금의 아빠들도 똑같이 바쁘다. 가끔씩은 삶이 바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값 비싼 놀이감이 아닌 아빠와의 다정한 시간, 아빠의 체취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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