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꼬마 삼보` 17년만에 日서 재출간
인종차별 논란 `꼬마 삼보` 17년만에 日서 재출간
  • 북데일리
  • 승인 2005.09.22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에서 지난 53년 발간, 35년 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유로 88년 절판된 어린이 그림책 `흑인꼬마 삼보`(쇼운샤刊)가 지난 4월 재출간돼 일본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영국의 동화작가 헬렌 배너먼(1863~1946)이 1899년 발표한 그림동화 `흑인꼬마 삼보 이야기`(원제 The Story of Little Black Sambo)를 번역한 이 책은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심심해하는 두딸을 위해 직접 그림까지 그려 출간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내용에 기발한 착상과 구성이 뛰어나고 문장이 간결하다. 흑인꼬마 삼보는 아버지 잠보와 어머니 맘보의 선물로 준 빨간 웃옷과 파란 바지에 보랏빛 신을 신고 초록색 우산을 받쳐든 채 숲속을 산보하고 있었다. 그때 호랑이 4마리가 차례로 나타나 엄마와 아빠가 준 선물을 모두 빼앗아 간다.

그러나 4마리의 호랑이는 저희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녹아서 버터가 되고, 삼보는 빼앗긴 물건은 다시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결말은 꼬마 삼보가 호랑이 버터로 구운 맛있는 팬케이크를 엄청나게 먹어치운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그림동화는 저자가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흑인꼬마 소년을 소재로 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일부 `인종차별적(?)`인 내용 때문에 어린이가 읽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30여년간 논란이 됐던 작품이다. `삼보(sambo)`라는 용어자체가 미국에서 흑인을 경멸해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이 발간한 `흑인꼬마 삼보`는 어린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절판된 이후 여러 출판사가 복간 검토를 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이번에 쇼운사(瑞雲舎)가 재출간하게 됐다.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명확한 논의과정없이 문학과 예술작품을 억누를 수는 없다는 입장.

일본 시즈오카에 사는 한 독자는 재팬아마존에 올린 리뷰코너에서 "오래전 이와나미서점이 펴낸 책과 내용이 거의 같고 꼬마 삼보의 머리카락 색이 약간 다를 정도일 뿐 옛날 그대로여서 무척 반가웠다"며 "호랑이 버터로 구운 팬케이크를 어른이 된 지금도 먹고싶어질 정도로 아이들에게 몇번이고 읽어주고 싶은 책"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책은 지난 6월 일본 최대쇼핑몰 라쿠텐의 북코너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계림닷컴에서 `꼬마 삼보 이야기`(지은이 허문선, 그림 홍성지)가 출간됐다.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