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스승을 죽였다고?' 정도전, 이색, 이방원 '이색역사서'
[추천 이 책] '스승을 죽였다고?' 정도전, 이색, 이방원 '이색역사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03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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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죽인 제자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정도전은 조선의 정치적 건국자이자 이성계의 책사다. 이방원의 스승이지만 한때는 자신의 제자였던 이방원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이방원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지는 않았을까. 정도전 또한 스승이었던 이색에게 등을 돌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음을 보자.

“백성이 있고 나라가 있는 법입니다. 백성이 없는 나라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정도전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말없이 성균관을 바라봤다. 마치 성균관 하나 다시 세웠다고 나라가 잘될 리는 없을 것이라는 마음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본 이색은 아주 예전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불길함이 떠올랐다.

<스승을 죽인 제자들>(알에이치코리아.2015)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색과 정도전의 날 선 대립을 예견하는 장면이다. 책에 따르면 정도전은 스승인 이색에게 성리학을 배웠다. 하지만 이색은 현상 유지를 바랐고 정도전은 스승과 달리 변화를 꿈꿨다.

스승이 보지 못했던 모순을 봤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색과 반목한 정도전에게는 스승을 배반했다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자신이 꿈꾼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스승과 결별을 선택한 것.

정도전의 개혁 핵심은 바로 ‘땅’이었다. 무신정권과 원 간섭기, 그 이후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고려의 토지제도는 완전히 붕괴하였다. 권문세가들이 땅을 독차지하면서 조세는 제대로 걷히지 않았고 국가 재정은 휘청거렸다. 연쇄적으로 땅을 빼앗긴 백성들은 권문세가에 몸을 의탁하면서 노비로 전락하고 그 바람에 국가는 재정을 얻을 수 있는 땅과 백성을 모두 잃게 됐다.

이에 정도전은 사전혁파(私田革罷)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토지개혁을 감행한다. 토지 몰수와 재분배를 현실화한 것이다. 그의 스승 이색은 가장 거세게 반발했다. 권문세가들이 빼앗은 토지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의 진짜 이유는 그 끝에 고려의 멸망과 새로운 왕조의 시작이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토지 몰수와 재분배는 막대한 땅을 소유한 권문세가들의 경제적인 기반을 약화시키고 과거 급제로 정계에 진출한 신진 사대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결과가 국가를 바꾸는 데 이른다는 사실은 당대의 관료나 지식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색은 조선 건국을 목도해야 했고 정도전은 스승과의 대립에서 이겼다. 개혁가로서 자신의 구상을 실현에 옮겨 조선 건국에 중심축 역할을 했다. 책은 이처럼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역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책 속에는 스승에게 등을 돌린 정도전도 있지만, 스승의 그림자가 되거나 스승의 뜻과 같지만 이를 추월해 더 큰 그림을 그린 인물도 있다. 사제(師弟)라는 관계도에서 바라보는 역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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