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창시자 혜능(慧能) 알고 보니 '일자무식'..절실함으로 법통 이어
선(禪) 창시자 혜능(慧能) 알고 보니 '일자무식'..절실함으로 법통 이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2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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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혜능이 말했다. “깨달음에 나무 없고 거울 또한 틀이 아닐세, 본래 한 물건도 없나니 어느 곳에 티끌이 일어나리오.”

불교에서 말하는 선의 기원은 달마지만 선의 창시자는 여섯 번째 조사 六祖(육조) 혜능(慧能,638~713)이다. 몇 줄 안 되지만 앞선 혜능의 말은 대단히 혁명적인 발상을 담은 선언이다. 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 ‘게송’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혜능의 고향은 중국 광둥성이다. 광둥성은 당시 황하강 북쪽, 중국의 본토 사람들이 보기에 오랑캐들이나 사는 곳이었다. 혜능도 당연히 오랑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땔감용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팔아 하루하루 근근이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혜능은 누군가 <금강경 金剛經> 읊조리는 소리를 듣고 심상치 않은 느낌에 빠져 달마 이래 다섯 번째 조사 홍인(弘忍, 601~674)을 만나 불자의 길을 걷는다. 오랑캐가 붓다가 될 수 있겠느냐는 무시를 받았지만 불성(佛性)에 남과 북이 있겠냐는 결기를 보여 방앗간 일을 맡는다.

그 후 8개월이 지난날 홍인은 달마로부터 내려온 법통을 후학에게 넘기기 위해 제자들에게 게송을 통해 각자의 경지를 내보이도록 지시했다. 절에 있는 모든 이들은 맏제자 신수(神秀, ?~706)가 법통을 이을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다음은 신수가 내건 게송이다.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맑은 거울. 부지런히 털고 닦아 때 묻지 않도록 하라.”

이를 본 홍인은 조사의 법을 잇기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혜능의 게송이 걸렸다. 신수의 게송을 직접 겨냥한 패러디(parody) 형태였다. 신수와 혜능의 게송을 비교해보자.

몸은 보리수(菩提樹), 즉 ‘깨달음의 나무’라는 신수의 말을 깨달음과 나무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받아쳤다. 또한 마음을 맑은 거울로 여기고 깨끗이 닦으라는 신수의 권유에 대해 혜능은 마음 같은 것은 원래 있지도 않은데 그곳에 무슨 티끌이 앉겠느냐고 비꼰 것이다.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2015. 흐름출판)에 따르면 혜능은 일자무식이었다. 문자를 몰랐던 것. 어떻게 게송을 써 붙였을까. 바로 절에 있던 누군가에게 핀잔을 들어가며 신수의 시를 읽어 달라 부탁했고 더 큰 핀잔을 들어가며 자신이 읊는 게송을 대신 써서 벽에 붙여달라고 사정했던 것이다. 불교의 흐름을 새롭게 틀어놓은 선언의 탄생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혜능의 일화는 ‘절실한 바람’이란 무엇인가와 ‘혁명적인 발상’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책은 ‘화두(話頭)’라는 종교적 개념을 인생의 키워드로 삼아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제시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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