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책속의 포스트잇]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2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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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픽션은 리얼리티를 파악하는 강력한 도구이자 사물을 다르게 보는 방도를 준다.”

<권력의 종말>을 쓴 작가 모이제스 나임의 말이다. 문학은 인간사에 대한 통찰력과 세계를 다르게 보는 힘과 상상력을 길러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사람을 읽는 눈을 기르고 더 깊고 다양한 측면에서 삶을 조망하게 된다. 이를 일찌감치 깨달은 소설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은 자기 나라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4년 동안 무려 101통의 편지를 보냈다.

문학 작품을 하나씩 소개한 편지와 책까지 동봉해 문학을 읽으라고 권한 것. 마텔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이런 수고를 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복잡한 21세기에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공감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논픽션보다 문학이 더 절실하며, 국민을 잘 이끌려면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이어 남의 독서 취향을 간섭한다고 비판한 이들에게는 이렇게 반문했다.

“일반인이라면 상관없지만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가 내게 무척 중요하다. 만약 수상이 문학을 읽지 않는다면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에서 얻고,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며, 무엇을 근거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느냐.”

<책 먹는 법>(유유.2015)에 따르면 이 편지를 모은 책은 한국에서도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맨 앞에는 마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실렸는데 내용은 이렇다.

“하퍼 수상은 절대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 그래서 ‘똑똑하지만 재미는 없는 사람’이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니 결코 본받지 마십시오.”

문학은 감성을 키우고 이는 바른 이성관의 밑바탕이 된다. 책은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 것을 지성의 증표쯤으로 여기는 독서인들과 감성이 이성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현대의 풍토에 질책 어린 시선을 던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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