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연애장면을 오려낼 수 있다면..' 매혹적인 사랑과 이별
[북포토] '연애장면을 오려낼 수 있다면..' 매혹적인 사랑과 이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0.22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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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 ‘현재’를 살아가는 남녀의 연애 한 장면을 선명하게 오려낼 수 있다면 좋겠다. 되도록 아무도 쓰지 않은 테마를 아무도 쓰지 않은 방법으로 써 보고 싶다. 어른의 연애소설은 냉혹한 시선으로 관찰한 어두운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 조금 달달하더라도 다 읽고 난 뒤에 편안한 취기를 남길 수 있는 러브 스토리를 쓰고 싶다.” (p.5, ‘작가의 말’ 중에서)

<슬로 굿바이>(예문사. 2015) ‘느린 작별’이라. 이십대의 젊은 여자가 정면을 바라보고 서있다. 그녀의 단발머리는 입술, 손톱 색과 똑같은 빨간 색이다. 눈가에 주근깨가 점점이 박힌 앳띤 얼굴이지만 눈은 왠지 슬퍼 보인다.

머리카락 위에 갈매기처럼 그려진 커다란 눈썹이 부자연스럽다. 반쯤 벌린 두툼한 입술은 뭐라 말하는 것 같다. 까만색 ‘케이프’로 목에 포인트를 준 모습이 감각적이다. 파란색 원피스는 윗부분이 파도처럼 물결친다. 가슴속에서 수많은 생각과 갈등이 요동치는 듯 하다. 그 파도의 일부는 몸 밖으로까지 번져 나왔다. 뭔가 불안하다.

오른 손에는 찻잔으로 보이는 핑크색의 작은 잔을 들고 있다. 그 잔에는 마치 사랑의 묘약 같은 하늘색 액체가 들어 있다. 그 속에서 한 송이 빨간색 장미꽃이 피어올라 있다. 그녀는 아마 사랑에 빠졌나 보다.

잔 뚜껑을 들고 있는 왼손 등 위로는 검은색 줄무늬의 커다란 달팽이가 기어가고 있다. 그녀의 검지손가락에서 두 개의 더듬이가 길게 뻗어 나왔다. 책 제목 <슬로 굿바이>를 표현한 상징처럼 보인다. 커다란 껍데기를 등에 지고 이동하는 달팽이는 얼마나 느리던가.

잔 받침 아래로는 구불구불한 갈색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표제작 <슬로 굿바이>는 사랑했던 커플이 마지막 이별 여행을 떠나 추억의 데이트 코스를 돌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이야기다. 길게 이어진 추억을 따라 가며 눈물을 흘리는 두 남녀. 모든 이별은 역시 쓸쓸하면서도 아릿하다. 여운을 주는 표지 그림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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