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책프로 진행 왕상한 교수 "제발 책 좀 읽읍시다"
TV 책프로 진행 왕상한 교수 "제발 책 좀 읽읍시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06.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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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TV, 책을 말하다 진행자 왕상한 교수

[북데일리]국내 유일의 공중파 책 프로그램 KBS1TV ‘TV, 책을 말하다’는 심야 시간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시간대 좀 옮겨 달라”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는 하지만, 시간이 빨라지기는커녕 점점 늦어진다.

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책 토론 프로그램이 ‘모두가 잠든 밤’에 방송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세 명의 패널이 벌이는 격론의 장을 마련했는가 하면, 방청객 참여를 유도하는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시청률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유가 뭘까.

최근 KBS에서 만난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 왕상한 교수(서강대) 역시 ‘심야 시간대’를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왕교수는 “각고의 노력을 들여 만드는 이 방송이 주목 받을 수 없는 시간대에 배치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너무 어려운 책만 다룬다”는 세간의 질타에 강하게 반발했다. 어린이 책, 그림책, 심지어 만화책까지 다룬 적이 있지만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가족끼리 모여앉아 이야기 나눌 만한 책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시간대가 심야이다 보니 주목받을 수가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 책읽기의 중요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 지자체, 학교, 기업 등을 중심으로 독서 열풍이 일고 있다. 이에 더불어 논리력과 발표력을 길러주는 ‘독서토론’ 역시 확산 되고 있는 추세.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홈스쿨을 원하는 주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회사원 등 ‘독서토론’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TV, 책을 말하다’는 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토론의 달인’이라 불리는 탁석산, 김갑수, 이명원 등이 출연해 벌이는 팽팽한 격론은 이 프로그램의 최고 볼거리. 왕교수가 ‘TV, 책을 말하다’를 가족단위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 활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시청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수많은 ‘토론의 달인’을 목전에서 지켜봐 온 왕교수에게 토론 비법을 물었다. 왕교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비결은 단 하나. 바로 ‘독서’ 였다.

“토론은 일방적인 공격이 아닌, 분명한 논리를 세워 주장을 펼치는 것입니다. 논리가 뒷받침 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은 공감을 얻을 수가 없죠.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량입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책을 적게 읽은 사람은 겉핥기 지식 밖에 노출할 수 없습니다. 얕은 지식은 금방 들통이 나고 말죠. 토론 실력은 책을 읽고, 삭히고, 의문을 갖고 연관된 다른 책을 읽는 과정에서 갖춰지는 능력이지, 말재주가 아닙니다”

왕교수의 지론은 단호했다. 아무리 어눌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이라 해도, 오랜 책읽기 과정에서 쌓은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면 어느 한순간 상대의 입을 ‘콱’ 막히게 하는 촌철살인을 쏟아 낼 수 있다는 것. 그는 “토론을 잘하고 싶다면, 말 잘하는 연습이 아닌 방대한 양의 책을 읽어 지식을 쌓는 연습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송에서 다루는 매주 세권의 책은 물론, 관련된 책까지 찾아 읽는다는 왕교수. 그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 하고 있다. 단순한 진행자가 아닌 사전회의, 편집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에게 ‘TV, 책을 말하다’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왕교수는 “범국민 독서운동을 일으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며“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호소는 이랬다.

“제발, 우리 책 좀 읽자구요”

왕교수가 꿈꾸는 ‘책 세상’이 어디까지 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여전히 책을 읽는 이들이 도처에 존재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힘이 세지거나, 안읽는 이들이 시작하거나. 답은 둘 중 하나다. 어느 때보다‘TV, 책을 말하다’의 어깨가 무겁다. 보다 ‘밝은’시간에, 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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