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②] "제도가 작가 억압...작가는 너무 쉽게 순응"
[긴급진단②] "제도가 작가 억압...작가는 너무 쉽게 순응"
  • 북데일리
  • 승인 2007.06.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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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김다은 교수

“한국문학의 위기 원인이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독자보다 작가들이 더 문제입니다.”

[북데일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김다은 교수는 한국문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작가적 상상력이 사회적인 제도나 권력에 굴복해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교수는 12일 북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획일적 등단제도와 문학상, 문예지 등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김교수와 나눈 1문1답.

질)‘한국문학의 위기’라는 진단에 공감하십니까

답)한국문학에 위기가 왔다고 단언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진단이 나오 게 된 데는 분명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질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인지, 작품은 우수한데 독자들이 읽지 않는다는 것인지 신중하게 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질)한국문학의 위기가 왔다면, 무엇이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한국에 수입된 외국 문학은 위기를 겪지 않는데 한국문학이 위기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문학시장이나 독자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문학이 독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뜻일 겁니다. 작가들이 독자들의 변화나 요구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되겠죠.

질)작가들의 문제가 크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답)분명, 문제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밝히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획일화 된 등단제도와 문학상입니다. 신문이나 문예지의 등단을 위해서는 정해진 분량의 소설이나 시를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20-30매의 소설로 완성될 내용을 80-100매가 되도록 물을 타야 하거나, 150매 되어야 할 소설을 100매로 쪼그라들게 재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솟구치는 영감을 살려내기보다 제도에 순응하는 창작과정을 체득하게 되죠. 문학상도 획일화 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학상은 다양성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처럼 그 해의 가장 실험적인 소설, 가장 우수한 추리문학, 가장 특징적인 환상소설, 그 해의 역사소설 등 다양한 부류의 소설이 살아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문학상이 없습니다. 그러니 문학상을 타기 위해서 작품의 성격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해지고 정해진 심사의 패턴에 맞추어 작품을 창작하게 되는 것이죠.

질)문예지의 책임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답)문예지도 분명, 책임이 있습니다. 유럽의 문예지의 경우 권력화를 막는 방법으로 고정 편집진을 쓰지 않고, 정해진 기획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들을 편집진으로 구성합니다. 그 특집이 끝나면 다른 특집을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편집진으로 재구성 됩니다. 특정 출판사나, 편집진의 소유물이 아니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만들어내는 최고의 창작품이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예지는 대부분 정해진 편집진을 두고 고착되다보니 부지불식간 편집진들의 의도에 작가들이 점점 순응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이나 비전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답)한국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정부 차원의 지원책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문예지 위주의 단편소설에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장편소설이나 다양한 다른 형태의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나 시도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게다가 지원받는 단편소설조차 특정 문예지와 편집진, 작가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미묘한 지원책으로 변질된 면이 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문학은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또, 외국 작가들의 자유로운 영혼이나 시도와 경쟁하면 힘이 빠진, 퇴색된, 식상한 글쓰기가 되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어요. 제도가 작가들을 억압하는 면도 있지만, 작가들이 제도에 너무 쉽게 순응한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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