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곰삭은 `러브레터 읽어주는 남자`
사랑에 곰삭은 `러브레터 읽어주는 남자`
  • 북데일리
  • 승인 2005.09.20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로그(Booklog)란 단어가 이젠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북(Book)과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인터넷 서점 회원들을 위한 블로그서비스. 개인의 신변잡기를 풀어놓는 블로그를 특화해 달리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나 도서서평, 그리고 책에 얽힌 이야기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북로그는 흔히 독서일기나 서평이 주된 내용으로 독서나 책에 관심있는 회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북로그마케팅으로 출판사는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한다.

에세이집 ‘러브레터 읽어주는 남자’(2005. 명진출판)의 저자 이상국씨는 현직 중앙일간지 기자이자 1년여 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히트 블로그(http://blog.joins.com/isomkiss)의 운영자다. ‘북로그’보다 ‘블로그’ 본래의 의도를 충실히 이행한 그는 자신의 첫사랑과 스물 다섯 살의 두 번째 사랑, 그리고 비틀거리는 삶을 일으켜 준 서른 살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일기 형식의 글을 블로그에 담았다. 그 글들이 네티즌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책으로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본명보다 아이디 ‘빈섬’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이번 책 출간에는 숨은 사연이 있다. 전문가나 출판 관계자들의 블로그, 북로그 활용이 많아진 근래 그의 글이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씨의 눈에 띄였던 것. 고전을 읽고 느낀 감상을 어렵지 않게 독특한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여 써 낸 그의 블로그 글들은 ‘시작하기 전에 거의 반드시 빈섬의 글을 읽는다’는 이윤기 선생의 강력한 추천으로 책 ‘옛공부의 즐거움’(2005. 웅진닷컴)을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러브레터 읽어주는 남자’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사랑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사색의 편지 63통을 엮어낸 책이다.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당신의 일부이기나 한 거예요? 당신에게 나는 얼른 지나가야 할 징검다리의 한 돌멩이, 늘 급히 지나가는 지하철의 집표기 같은 것인가요. 당신에게 나는 정말 뭔지 알 수 없어졌어요. 약속과 약속 사이에 낀 사소한 의무, 혹은 단정하고 정확한 관계. 그래요. 그것도 감지덕지지만, 오늘은 그게 날 슬프게 해요. 술을 한 잔 하면 내 틀린 생각이 바로잡힐지 모르겠군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당신의 무엇인지, 당신도 대답할 수 없는 줄 알지만, 자꾸 그 질문만 떠오른답니다. 미안해요. 그래서 오늘 당신을 만나지 못한답니다. 당신 만나면 행복한 표정을 짓지 못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나는 그저 당신 일부이면 되나요 中

‘당신이 좋아질 때는 대체로, 당신이 내 자랑이 되었을 때가 아니라, 당신의 슬픔이 내 것처럼 느껴지고 당신의 작음이 나의 무기력으로 느껴질 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당신이 좋아질 때는, 당신과 내가 서로 즐거운 욕정에 눈멀어 시간도 잊고 서로는 탐하던 때가 아니라, 당신이 슬그머니 미워지고 당신의 무엇이 불편해지고 우리 삶의 전망이 흐려졌을 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이미 마음을 내어 자석 같이 붙어있던 때가 아니라 떨어져서 미안해하고 깊이 생각하고 당신과 나의 운명을 슬퍼하고 당신이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에 관해 생각하며 잠을 못 이루던 때가 당신이 좋아질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 당신이 더 좋아졌습니다 中

저자는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에 행복해하며, 사랑에 아파하는, 당신이 했을 사랑의 모습도 담겨 있을 것’이라는 서문처럼 사랑의 감정이 싹틀 때부터 헤어진 이후까지의 일을 ‘가망 없는 사랑에 집착하던 첫사랑’과 ‘자살까지 생각하던 그 다음 사랑’ 등 자신의 경험 속 사랑에 관한 섬세한 감정을 글 속에 담아냈다.

[북데일리 송보경기자]ccio@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