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특별한 책과 여행하다.."걷는 여행은 움직이는 독서"
[책속의 포스트잇] 특별한 책과 여행하다.."걷는 여행은 움직이는 독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1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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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으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책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것과 같다. 기록이 함께한다면 행간을 꼭꼭 씹어 사유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발터 벤야민은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비행기 여행과 걷는 여행이라는 비유를 통해 전했다. 

"국도는 직접 걸어가는가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그 위를 날아가는가에 따라 다른 위력을 보여준다. 텍스트 역시 그것을 읽는지 아니면 베껴 쓰는지에 따라 그 위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은 자연 풍경 사이로 길이 어떻게 뚫려 있는지를 볼 뿐이다. 그에게 길은 그 주변의 지형과 동일한 법칙에 따라 펼쳐진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그 길의 영향력을 경험한다.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는 단지 펼쳐진 평원으로만 보이는 지형의 경우 걸어서 가는 사람에게 길은 돌아서는 길목마다 먼 곳,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곳, 숲속의 빈터, 전경(全景)들을 불러낸다. 마치 전선에서 지휘관이 군인들을 불러내듯이."

"이와 마찬가지로 베껴 쓴 텍스트만이 텍스트에 몰두하는 사람의 영혼에 지시를 내린다. 이에 반해 텍스트를 읽기만 하는 사람은 텍스트가 원시림을 지나는 길처럼 그 내부에서 펼쳐 보이는 새로운 풍경들을 알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냥 텍스트를 읽는 사람은 몽상의 자유로운 공기 속에서 자아의 움직임을 따라갈 뿐이지만, 텍스트를 베껴 쓰는 사람은 텍스트의 풍경들이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필경사(筆耕士)는 문자문화의 비할 바 없는 보증인이며, 필사, 즉 베껴 쓰기는 중국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16~17쪽 중에서, 발터 벤야민 <중국산 진품들>, <일방통행로>(길.2007) 재인용

책 <곁으로>(새물결플러스.2015)의 저자는 이처럼 속도를 줄이고 걷는 여행만이 발견을 체험할 수 있고, 느린 시간을 즐기며 걸어야만 세상의 텍스트를 결결이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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