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누에가 뽕잎 뜯어먹는 소리로 우는 비'..시인의 감성을 훔치다
[책속의 명문장] '누에가 뽕잎 뜯어먹는 소리로 우는 비'..시인의 감성을 훔치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0.13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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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마른 땅을 두드리며 비가 온다. 온다. 누구의 시처럼 누에가 뽕잎 뜯어먹는 소리로 운다. 어디서 밤길에 우산을 펼쳐드는 사람이 있겠지.” (p.86)

비 소리가 ‘누에가 뽕잎 뜯어먹는 소리로 운다’니! 역시 시인의 감성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비와 관련된 안도현 시인의 <잡문>(이야기가있는집. 2015)을 좀 더 소개한다.

“배추에 소금 뿌리는 소리를 내며 비가 온다.” (p. 66)

"산길 걷다가 갑자기 맞는 소나기는 연애처럼 난데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좋아하였다. 점점이 옷자락에 묻은 빗방울이 마르지 않았으면 하였다.“ (p. 73)

"비가 오시네. 비가 오시니 작업실 가서 양철지붕 문지르는 빗소리나 듣자. 나무들 숨죽이고 빗방울 받아들고 서 있는 거 바라보자. 점심때가 되면 라면이나 끓여 먹자.” (p. 80)

사랑에 빠지면 시인이 된다던데, 비오는 날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당신은 바로 시인이 아닐까 싶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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