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렬 `자식에게만 들려줄 개그 노하우`
이홍렬 `자식에게만 들려줄 개그 노하우`
  • 북데일리
  • 승인 2005.06.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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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직업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내 직업을 사랑한다."

요즘엔 MC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개그맨` 이홍렬이 자전적 에세이 집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하기는 어렵다`(중앙 M&B, 2000년)에서 밝힌 속내다.

책엔 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갈등과 유쾌한 경험들이 가득 담겨있다. 그 중 인상깊은 대목은 개그 사랑에 관한 대목이다. 책에 따르면 개그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만큼, 이홍렬의 소망은 아이들이 자신의 직업을 이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이홍렬은 아들 `재혁`과 `재준` 중에 만약 한 명이 그러겠다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래 생각 잘했다. 누구나 개성에 맞는 일을 하게 되는데, 아빠처럼 개그맨으로 일하는 것도 얼마나 멋진 일 인줄 아니?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거, 이거 정말 멋지고 보람된 일이야."

흥미로운 대목은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개그 노하우`다.

첫째는 `사람에게 모두 있는 웃음의 핵`을 찾는 일이다. 그 핵의 위치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같은 위치에 있는 게 있다는 것. 따라서 우선 그것을 잘 찾아내고 핵심을 찌르는 일에 게으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낸 후, 자기만의 노하우를 찾는 일이다. 즉 나 같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

마지막은 유머의 반전을 눈치채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만약 사람들이 웃기려는 핵심을 눈치챘다면, 웃기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처럼 능글맞게 해야 한다는 것.

결국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일에 익숙해야 진짜 개그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머 책의 섭렵은 기본이고, 다방면의 책을 읽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이 이홍렬의 기대처럼 될 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홍렬 자신 역시 아버지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홍렬 아버지는 산소용접을 하시던 분. 자식에게 용접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아들은 코미디언에 맘을 뒀고, 끝내 개그맨이 됐다.

따라서 이홍렬은 아들이 소망을 들어주길 원하지만, 자신의 고집대로 길을 가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홍렬과 아버지의 일화 한토막.

언젠가 초보 개그맨 시절, 아버지가 방송국에 찾아왔다. `여의도 청백전`이란 프로를 진행하던 때였다. 저녁에 집에 가니 아버지가 그 프로를 보고 왔다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온 걸 알면 네가 잘 못할 것 같아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봤다. 그런데 네가 한 걸보니 전에 라디오에서 많이 듣던 것하고 똑같더구나."

당시 자신을 방송국에 데리고 다니며 인사를 시켜줬던 허참씨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었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끔 기억나는 장면이라는 게 이홍렬의 말. 하지만 이홍렬은 그 때 일을 잊지 않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 결과 `편안하고 재미있는` 개그맨으로 롱런하고 있다. 이젠 아버지가 되어 아이를 가르치는 이홍렬. 그의 아이들이 아버지 마음을 얼마나 알지 궁금하다. [북데일리=제성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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